요즘처럼 남북관계에 훈풍이 부는 것이 얼마만인가요. 마치 최근 평양에서 공연한 남북 예술단의 합작품 ‘봄이 온다’처럼 봄이 오고 있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우리 민족 모두가 바라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한의 폭넓은 교류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최종적인 분야인 정치적·군사적 합의에 앞서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가 문화분야일 겁니다. 특히 지금 북한에서도 발전이 빠르다고 평가 받고 있는 방송분야의 중요성은 큽니다. 이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서로를 아는 일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대중들에게 큰 파급력을 주는 방송은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입니다.
<사육신>(위) KBS, <뽀로로>(아래) EBS
이전에 남북 간의 방송 교류가 활발했던 때를 꼽자면 2000년대 초·중반입니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급물살을 탄 남북의 교류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는데, 방송분야의 성과는 눈에 띕니다. 남북의 방송은 작게는 각종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중계 협력부터 시작해 한국의 PD들이 금강산에서 세미나를 여는 등 교류를 타진하는 단계로 발전했습니다.
2007년은 이러한 교류가 꽃을 피웠던 시기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2005년 남북 공동제작 자연 다큐멘터리인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을 가다>를 시작으로 2007년에는 이어진 시리즈인 <자라의 생존법칙>과 <개마고원의 불개미>가 제작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북한의 조선기록과학영화촬영소의 자연 다큐멘터리팀이 화면을 촬영하고 MBC가 구성·편집하는 협업으로 탄생한 프로그램입니다.
또 최초의 남북 합작 드라마도 탄생했습니다. 2007년 8월 KBS2에서 방송된 <사육신>은 KBS가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에 주문제작한 형태로 방송됐습니다. 이 당시 합작의 형태는 양측이 함께 기획을 하는 것보다는 남한이 북한에 프로그램을 주문하거나 원재료를 구해와 이후 편집해 방송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큐멘터리의 경우에는 그나마 정서의 이질감이 덜해 호평을 받은 작품도 있었지만 <사육신>은 국내 정서와 너무나도 동떨어진, 마치 1960~70년대 드라마를 보는 듯한 연기와 구성 때문에 역대 최저 시청률 드라마 중 한 편(1.9%)이 된 오명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분명 이번 남북교류와 다가올 남북정상회담 등의 이벤트가 실질적인 남북의 교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 특히 방송분야의 교류가 커야 합니다. 하지만 남북의 정서 차이로 인한 간극도 여전합니다. 그래서
<뽀로로> 시리즈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도 영·유아들 사이에서 ‘영원한 고전’으로 꼽히는 이 시리즈는 2003년 북한 삼천리총회사가 참여하는 남북 합작 프로젝트였습니다. 북한에서는 방송되지 않았지만 개성에 애니메이션 제작센터를 두는 등 적극적인 협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남한의 시나리오와 구성에 북한의 채색기술이 더해져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정서적인 차이가 작은 분야부터 차근차근 협력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증거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