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회전으로 들어서야 하는데
좌회전 신호가 없다
지나친다
한참을 더 부질없이 달리다가 붉은 신호의 비호 아래
유턴을 한다
들어가지 못한 길목을 뒤늦게 찾아간다
꽃을 기다리다가 잠시
바람결로 며칠 떠돌다가 돌아왔을 뿐인데
목련이 한꺼번에 다 져버렸다
목련나무 둥치 아래 흰 깃털이 흙빛으로 누워 있다
이번 세상에서 만나지 못한 꽃
그대여, 그럼
다음 생에서 나는 문득 되돌아와야 하나
한참을 더 부질없이 달리다가
이 생이 다 저물어 간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꽃’을 만나지 못할 때가 있다. 지금 만나야 하고, 꼭 들러야 하지만 여건과 상황이 도저히 안 된다. 할 수 없이 바람결을 따라 며칠 떠돈다. 부질없이 달린다. 마침내 지나친 길목을 찾아 돌아왔을 때, 꽃은 ‘한꺼번에 다 저버렸다.’ 기다리던 ‘꽃’이 슬며시 다녀갔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