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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비싼 조각가 자코메티

입력 2018.03.19 14:43

  • 이윤정 올댓아트 에디터

“결국 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래서 매일매일 탄생의 기적을 경험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1901~1966)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조각가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조각을 만든 예술가이지만, 작가 자신은 성공 후에도 7평 소박한 작업실을 떠나지 않았다. 자코메티의 국내 첫 회고전이 4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자코메티의 조각, 회화, 드로잉, 판화 등 110여 작품이 소개된다.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걸어가는 사람> 원본과 유작 <로타르 좌상>을 비롯해 석고 원본 15점이 포함됐다.

(사진 왼쪽)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알베르토 자코메티 |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걸어가는 사람> (사진 왼쪽)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알베르토 자코메티 |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자코메티는 조각을 만들 때 먼저 점토로 빚고 그것을 토대로 석고상을 떴다. 조수들은 석고상을 바탕으로 만든 틀에 청동물을 부어 여러 개의 브론즈 작품을 만들었다. 2010년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1158억원에 팔린 작품은 <걸어가는 사람> 에디션 6점 중 하나다. 그의 조각 <가리키는 사람>이 2015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1575억원에 낙찰되면서 자코메티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조각 1, 2위 작품을 만든 작가가 됐다.

이번 전시는 자코메티의 생애와 그가 만든 작품의 모델들에 포커스를 맞췄다. 유명한 후기인상주의 화가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코메티는 원래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 대가를 숭배했다. 하지만 19세 때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했던 지인 피터 판뫼르소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목격한 후 생각이 뒤집혔다.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평생 불을 켜고 잠을 잤고, 인생이 덧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생과 사, 실존과 본질 등의 철학적 고민을 예술로 풀기 시작했다.

자코메티는 콘스탄틴 브랑쿠시, 자크 립시츠 등과 교류하며 입체주의와 구성주의에 영향을 받은 실험적인 작품들을 제작했다.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반기는 것도 깡마른 뼈대와 뒤틀린 근육, 흘러내리는 듯한 살점과 거친 표면을 가진 인간상이다. 하지만 철사 같은 조각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눈’이다. 자코메티는 조각을 할 때 ‘두상’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죽음이 늘 곁에 있다고 생각한 그는 사람의 생명력이 ‘눈빛’에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작품을 만들 때 제일 먼저 눈을 조각했다. 항상 모델을 바로 앞에 두고 작업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시장엔 그의 동생이자 조수였던 디에고를 모델로 한 작품이 많다. 또 아내 아네트를 비롯해 사교계 유명인사이자 연인이었던 이사벨,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던 연인 캐롤린, 친구 이사쿠 야나이하라, 사진가 엘리 로타르 등 자코메티의 모델들을 차례대로 만날 수 있다.

혹자는 의문을 가질지도 모른다. 뼈만 남긴 비틀린 조각상이 어떻게 20세기를 대표하는 작품이 됐는지. 의문에 대한 답은 전시장 마지막 방 ‘묵상의 방’에서 찾을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인간상을 담은 작품 <걸어가는 사람>이 어두운 방에서 앙상한 몸으로 발을 내디딘다. 아무리 삶이 버거워도 살아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는 것을 말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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