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옛날이야기가 있어. 정작 옛날에는 들려주지 못했던 이야기. 오늘날에 와서야 겨우 말할 수 있게 된 이야기. 말하려고 하면 사방에서 손이 날아와 입을 틀어막았다는 바로 그 이야기.
누구나 알지만 그 누구도 끝을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 끝까지 가려던 사람들이 도중에 끝을 맞이하고 말았다는 이야기. 끝끝내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 되풀이되는 이야기.
입에서 입으로 몰래 전해지던 이야기. 날이 갈수록 점점 은밀해지는 이야기. 누구누구가 죽었을 때에야 희미하게 퍼지기 시작한 이야기. 점점 혐의가 짙어지는 이야기.
내일도 모레도, 네가 여기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살아 있을 이야기. 어떻게든 혼자 있을 이야기. 옛날처럼 멀고 훗날처럼 막연하지만 오늘도 진행되는 이야기. 지하에서 허공에서 더욱 생생한 옛날이야기.
여기 옛날이야기가 있어. 여기 아직 있어. 여기 아직 그대로 있어. 우리가 지금 여기서 살고 있는 이야기. 입을 벌려도 차마 나오지 않는 이야기. 귀를 기울여도 답이 없는 이야기. 마찬가지 이야기.
옛날이야기는 더 이상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사방에서 손이 날아와 입을 틀어막’고 ‘입을 벌려도 차마 나오지 않는 이야기’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이야기이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