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흐르는 국악 퓨전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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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흐르는 국악 퓨전 앨범

입력 2018.03.12 16:42

수정 2018.03.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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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국악 퓨전 신은 언제나 생생하다. 주류 대중음악 시장에 비해 음반 출하량이 적을 뿐 이쪽도 마찬가지로 연일 새로운 작품을 내보낸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후미진 골짜기이긴 하지만 이곳의 시냇물은 아랑곳없이 힘차게 흐른다. 우리 전통음악에 현대성과 편안함을 입히는 작업은 계속된다.

예결의  스타케이크이엔티

예결의 <잘 가시려나> 스타케이크이엔티

지난 2월에 출시된 예결의 데뷔 EP <잘 가시려나>는 최근 나온 국악 퓨전 앨범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인다. 스무 살을 갓 넘긴 젊은 소리꾼 예결의 음성은 무척 맑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여기저기에서 파릇파릇한 잎사귀가 돋아나는 그림이 떠오를 만큼 또랑또랑하다. 하지만 노래에 굴곡을 형성하는 시김새는 한없이 구성지다. 청량감과 구수함이 공존하는 이채로운 가창은 듣는 이를 단번에 사로잡을 으뜸 매력이다. 민요와 대중음악 문법을 자연스럽게 버무린 연출도 앨범이 강한 흡인력을 내는 데에 단단히 한몫 한다. ‘해주아리랑’, ‘연평도난봉가’, ‘몽금포타령’ 등 여섯 편의 수록곡 모두 민요를 원료로 하기에 가락과 노랫말이 예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래들은 피아노의 주된 리드 덕에 많은 사람에게 익숙할 팝 발라드 형태를 띤다. 각 민요의 주된 내용과 음은 유지하면서도 가사를 각색하거나 멜로디를 새롭게 지음으로써 대중음악의 느낌을 강화했다. 가장 근사하게 퓨전이 이뤄진 노래는 ‘투전풀이’다. 노름의 일종인 투전을 하면서 불렀던 이 유희요는 피아노가 곡을 이끈다. 여기에 젬베와 가야금 연주를 곁들여 넉넉한 리듬감을 낸다. 발랄한 팝이었던 노래는 후반부에 소리를 키워 등장하는 일렉트릭 기타와 퍼커션에 의해 더욱 경쾌한 팝 록으로 변모한다. 귀에 빠르게 익는 멜로디, 잠깐 멈추는 포인트를 둔 구성, 예결의 시원스러운 가창도 흥을 키운다. 국악은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깨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유리나의  악당이반

유리나의 <생각보다 좋은 노래> 악당이반

3월 초에 발매된 유리나의 데뷔 앨범 <생각보다 좋은 노래>는 전반적으로 담담한 모양을 갖춰 편안하게 다가온다. 정적인 분위기가 일관된 탓에 다소 심심하게 들릴 법도 하지만 곡들은 재즈의 성격을 취해 은은하게, 은밀하게 그루브를 발산한다. 떠들썩하지 않은 일렁임이 묘한 재미를 준다. 서도민요로만 채운 예결과 달리 유리나는 ‘풍년가’, ‘도화타령’ 등 경기민요를 주로 취합했다. 여기에 경기 12잡가 중 ‘선유가’를 차용한 ‘자네 가네’, 굿판에서 불리던 ‘노랫가락’과 불교음악 ‘회심곡’ 등에서 가사를 따온 ‘무량수각 집을 짓고’ 같은 반절 창작곡을 마련해 다양성과 현대성을 도모했다. 서울대 국악과를 나온 유리나는 서양음악 작곡도 함께 전공했다. 이 때문인지 노래를 부를 때 이따금 대중음악 발성이 나타나곤 한다. 현시대의 민요를 가정하고 만든 앨범의 유일한 순수 창작곡 ‘서른쯤 되면’은 팝의 외형을 지녀 쉽게 들린다. 그러나 어린 시절 생각과는 다른 어른이 된 자신을 돌아보며 조용히 격려하는 가사는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걱정이 많을 청년들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다. 국악은 까다롭다고 단정 짓는 이들에게 유리나의 작품은 ‘생각 이상으로 좋은 노래’로 기억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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