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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레이건의 같은 문제 다른 대응

입력 2018.03.12 16:42

수정 2018.03.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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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국내의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긴축적 통화정책이 필요하고 공화당 정부의 보수주의 성향 때문에 감세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게 된 것은 레이건과 트럼프 정부 모두 같다.

[칼럼]트럼프와 레이건의 같은 문제 다른 대응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세계 경제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국가안보를 핑계로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공격적인 통상정책은 물론이고, 재정과 통화정책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말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파격적으로 인하했다. 지난달에는 1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과 국방비 대폭 증액이 담긴 예산안을 발표했다. 세금은 깎고 지출은 대폭 늘리니 재정적자 확대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금리를 3~4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상돼 세계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국 무역에서는 공격적인 보호주의를, 재정에서는 확장정책을, 그리고 통화에서는 긴축정책을 보이고 있다. 이 세 가지 정책은 서로 무관하지 않다. 지금까지는 설사 서로 다른 배경에서 각 정책의 방향이 결정되었다고 해도, 앞으로는 셋의 상호작용이 강해질 수 있다. 느리지만 꾸준한 경기회복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나자 연준은 서둘러 금리인상에 나섰다. 그리고 예고된 재정적자 확대는 앞으로 시장금리의 인상 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되어 달러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 가치의 상승과 재정적자의 확대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더 늘릴 것이다. 미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대신, 수입품 수요는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 조합은 처음이 아니다. 이와 매우 유사한 정책 조합이 레이건 행정부 1기인 1980년대 전반에 나타났다. 그 결과 미국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에 직면했다. 레이건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우선 다른 선진국과의 협의를 통해 달러 가치 상승을 반전시켰다. 1985년 국제공조를 통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달러의 가치를 낮추기로 일본, 독일 등과 합의한 것이다. 소위 ‘플라자 합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무역적자는 생각만큼 줄지 않았다. 환율정책으로 부족하자 미국은 교역대상국에 무역장벽 완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다. 7년간 협상을 통해 각국은 무역자유화에 합의하고 WTO체제가 출범하게 되었다.

국내의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긴축적 통화정책이 필요하고 공화당 정부의 보수주의 성향 때문에 감세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게 된 것은 레이건과 트럼프 정부 모두 같다. 그리고 이런 정책 조합이 미국의 무역적자 확대를 초래하는 (혹은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 또한 비슷하다. 하지만 레이건은 이 문제를 가급적 국제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려 했고, 트럼프는 일방적 공격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다르다. 트럼프는 긴 시간이 걸리는 ‘신사적인’ 협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반면 레이건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지금도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사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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