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피난하면서 집단활동 등으로 잠복결핵 환자가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면역력이 약해지는 노년 시기에 급격히 늘고, 대를 이어 감염되어 청소년들까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분석이다.
2015년 ‘제5회 결핵예방의 날 기념행사’ 참석자들이 결핵 퇴치 메시지를 담은 손 모양의 팻말을 들고 있다. |서성일 기자
한국에 결핵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결핵 치료를 받기 위해 입국한 외국인의 수가 2007년 791명에서 2016년 2940명으로 늘었다. 무려 3배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인 결핵환자가 13만명대에서 8만명대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내 결핵 발생률 1위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결핵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결핵 치료비와 입원료의 본인부담 비율을 10%로 다른 질환의 20~60%보다 훨씬 낮게 유지해 왔다. 2016년부터는 아예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다. 환자 한 사람을 치료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일반 결핵이 700만원, 다제내성결핵은 3000만~5000만원 수준이다. 따라서 결핵으로 입원할 경우, 환자는 밥값의 50%만 부담하면 된다. 해외 결핵환자들이 한국으로 몰려드는 이유다.
해외의 결핵환자가 몰려온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치료 목적 입국자를 걸러내기 위해 2016년 3월부터 네팔이나 중국 등 ‘결핵 고위험국’ 19개 입국자를 대상으로 결핵균이 없음을 증명하는 진단서를 발급 받게 하고 있다. 문제는 91일 체류자만 대상이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무료 치료혜택을 없애, 한국행을 결심하는 유인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이렇게 되면 차별문제와 동시에 이미 이런 틈새에서 혜택을 받는 해외동포들의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 등의 해외동포들은 값싼 한국 건강보험을 받고 있다. 둘째는 치료비를 건강보험이 아닌 공적개발원조(ODA) 재정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해외 공적개발원조에서 결핵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면 논리적으로 타당해진다. 이는 행정적으로 조정하면 된다. 나아가 10대 경제대국으로서의 역할에도 맞아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결핵 1위일까? 그것도 20년째 1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 이상의 결핵환자가 발생했고 179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 전체 결핵환자는 4만847명, 매년 3만명의 환자가 새로 생겨나고 사망자 수도 2000명으로 법정 감염병 중 가장 많다.
주목할 점은 한국인 3명 중 한 명은 잠복결핵 상태라는 사실이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의 잠복결핵 비율은 50%로 높아진다. 결핵은 면역력과 관계가 깊고 의도하지 않아도 균이 전파될 수 있다. 최근 결핵균이 산후조리원 영유아실, 유치원 문화센터 등에서 주로 전파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한결핵협회에서 주민들을 진료하는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결핵, 한 세대 지나야 박멸할 수 있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이 몸속에 존재하지만 면역체계가 균 증식을 억제해 병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를 이야기한다. 결핵균 감염 여부는 잠복결핵 검진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다행히 잠복결핵 상태에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균이 다시 활동을 시작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고 전염시킬 수 있다.
따라서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를 제외한 성인의 경우, 예방 및 치료체계가 미흡한 곳에서 결핵이 주로 발생한다. 가령 북한도 주민 사망자의 31%가 감염병이고, 결핵 사망자만 1만1000명이라고 한다. 201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북한 이탈 주민의 5.4%가 결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을 ‘후진국형 질병’이라고 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후진국형 질환인 결핵이 많이 발병하는 이유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하면서 집단활동 등으로 잠복결핵 환자가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면역력이 약해지는 노년 시기에 급격히 늘고, 대를 이어 감염돼 청소년들까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분석이다. 그래서 한국은 독특한 ‘선진국형 결핵 국가’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20∼30대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불규칙한 식생활과 과도한 스트레스가 주범으로 지목 받고 있다. 특히 고립된 생활을 하는 청년세대는 영양부족과 입시·취업, 그리고 불안정과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결핵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전 세대의 질병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고, 사회적인 문제가 더해지면서 확산되는 양상이다.
결핵은 한 세대가 지나야 감염률을 박멸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30여년 전 잠복결핵 검진을 실시해 결핵 감염률을 박멸 수준으로 낮췄다. 반면 우리는 발생한 환자를 치료하는 식의 대처만 해왔다. 그래서 못 입고 못 먹던 시절의 질병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 20년째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지게 된 것이다.
오는 24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35번째 ‘세계 결핵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2011년부터 ‘결핵 예방의 날’로 지정해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결핵 퇴치에 나선 것이 2010년이다, 2011년부터는 예산도 3배 이상 올려 4000여억원이 되었다. 그래서 2012년부터 결핵환자가 감소세로 들어섰다. 외국인의 결핵 원정치료 소란도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다. 따라서 한국의 결핵은 선진국에 존재하는 후진형 현상 중 하나로 보면 된다. 외국인 결핵환자에 대해서는 무조건 금지할 필요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한국의 국제적인 역할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급증하는 것은 통제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전염 확산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김에 박멸 수준이 되기 위한 국가적인 예방과 치료활동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역량으로 저개발국가에 공적개발원조를 지원한다면 일거양득이 아닌가. 일단 전국민적인 검진부터 실시하자. 예방이 우선이다. 개인적으로는 2주 이상 기침하는 사람들은 꼭 결핵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결핵 후진국의 오명을 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