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말선(1965~ )
저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자
저것은 침대처럼 무겁다
저것을 버려야 한다고 결정하자
저것은 망가진 침대
저것이 망가진 것뿐인데
나는 얼굴이 벌게지도록 침대를 옮기고 있다
저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내 몸 위로 침대가 버려진다
내 몸에 이렇게 방이 많았나
방마다 망가진 침대가 들어앉는다
이렇게 좁은 입구를 뚫고
어떻게 네가 들어온 거니?
나는 어쩌자고 침대를 낳을 생각을 한 거니?
좁아터진 방마다 침대가 만삭이다
일요일에 해치울까?
엘리베이터는 아직 수리 중이다
신호등 앞에서만 의견이 일치하는 사람들은
줄곧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다
폭신한 구름다리를 들고 서 있는 골짜기들처럼
나는 무거워졌다
이사 갈 날짜를 잡아놓고 집안을 둘러본다. 세상에, 모든 물건이 짐이다. 나름 필요한 물건만 끼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체로 버려야 할 것들, 없어도 될 것들이다. 좀 더 가볍게 살려면 반드시 털어내야 한다. 집안 구석구석 퍼질러 앉은 짐들이 온몸을 짓누른다. 그래, 이번 휴일은 없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