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 직원은 물론 공기업이나 사립학교 교원의 복지포인트에는 소득세가 과세되고 있다. 반면 비슷한 복지포인트를 받는 공무원이나 국립학교 교원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세금을 납부하지도 징수하지도 않고 있다.
연말이 되면 공무원들은 분주해진다. 공식적인 업무도 있지만 개인적인 일로 바쁘기도 하다. 복지포인트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지급되는 복지포인트는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공무원복지포인트는 국세청 기준상 월급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은 종로구 등 5개 구청에 대해 전직 환경미화원들과 그 상속인 9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구청들은 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모든 수당과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으로 파악했다. 이들 수당은 소정의 근로에 따라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국납세자연맹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박민규 기자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인가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문화, 여행 등 여가생활에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복리후생제도의 일환이다. 중앙부처 공무원에게는 연간 40만원을 배정하고 1년 근속이나 자녀 여부에 따라 추가로 포인트를 지급한다. 지방직 공무원은 각 지방정부에 따라 배정금액이 다른데 서울시는 현재 최고 150만원의 기본 복지포인트를 부여하고 있고, 경상남도는 최저 30만원의 기본 복지포인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의 복지포인트는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법적근거 없이 미납하고 있는 소득세 규모가 약 5000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최근 5년간 중앙직 공무원, 지방직 공무원, 교육직 공무원 전체의 복지포인트를 모두 합하면 3조3000만원에 달하는데, 공무원 평균연봉의 한계세율인 15%를 적용하면 미납 세금규모는 약 4959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가 징수하지 않은 조세채권의 국세 소멸시효는 5년이다.
문제는 사기업 직원은 물론 공기업이나 사립학교 교원의 복지포인트에는 소득세가 과세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비슷한 복지포인트를 받는 공무원이나 국립학교 교원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세금을 납부하지도 징수하지도 않고 있다. 과세공정성 등을 위해서 종교인들에게도 과세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종교인의 미납소득세에는 과세를 하면서 공무원의 미납세금을 해결하지 않으면 진정성을 의심 받게 된다.
대법원 판례는 직무상 연관성을 증빙할 수 없으면 근로소득으로 인정한다. 국세청의 예규도 과학기술부 산하 원자력연구소 직원에게 정부 예산상으로 지출되는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세 대상이라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즉 똑같은 정부 예산으로 똑같은 복지포인트를 받는다 하더라도 과학기술부 소속 공무원이면 세금 미징수, 비공무원이면 세금징수를 하고 있다. 모순되는 예규인 것이다.
정부는 공무원 복지포인트 세금 징수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정근 기자
세금 미납논란 세금내면 해결된다
공무원의 복지포인트는 비과세가 아니라 미납부, 미징수로 해석하는 것이 세법에 합당하다. 국세청은 기재부에게 2005년, 2006년에 공무원 복지포인트에 대한 질의를 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아직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13년째다.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의 답변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수를 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세청 질의 공문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폭탄돌리기’로 보이는데, 과세가 명백한 복지포인트에 법적 근거 없이 징수를 피하고 있는 상황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과세대상이라는 사실을 밝힌다면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공무원이 국세소멸권이 남아있는 최근 5년간 소급해서 세금을 납입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무신고 가산세 20%를 할증하여 세금을 부담할 수도 있다. 이런 혼란을 피하고자 마땅히 소득세로 과세되어야 할 공무원 복지포인트가 계속 비과세되고, 있고 담당 부처는 폭탄돌리기로 이 상황을 계속 연장하고 있는 형태이다.
기재부는 공무원 복지포인트에 과세를 하면 공무원연금, 건강보험료 등의 국가부담 증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답변하고 있으나 이는 비과세의 근거가 아니라 세금 징수를 했을 때의 문제점을 기술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공적보험의 국가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일반회계가 다른 기금으로 전입되는 단순한 내부거래일 뿐이지 실제 지출이 더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또 기재부는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라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이 아니라 물건비에 속한다는 사실을 거론하나 법제처 유권해석은 예산 분류상의 기준이며 이는 세법상의 근로소득의 기준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기재부가 뚜렷한 근거 없이 답변을 회피하면서 공무원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폭탄돌리기는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문제가 복잡하게 꼬이고 해결방안을 찾기가 어려울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세법 그대로 과세하지 않고 미징수를 유지하면 다른 사기업에서 공무원 복지포인트와 유사한 형태로 급여체계를 바꾸고 비과세를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소득세 과세체계의 근본이 무너지는 것이다.
공무원 월급이 많은지 적은 지는 다른 문제이다. 일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많을 수도 있다. 문제는 기준이 명확하게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세금을 내면 된다.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 것은 변화를 항상 두려워하는 관료제의 특성인가. 아니면 그 스스로가 공무원이기 때문일까.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