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최고의 K팝 선봉장이었다. 이들은 2017년 5월에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제치고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다. 반 년 뒤 출시한 ‘마이크 드롭’(MIC Drop) 리믹스 버전은 12월 빌보드 싱글차트 28위까지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혁혁한 업적을 세우며 한국 대중음악의 위상을 높였다.
방탄소년단처럼 화려한 플래시 세례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인디밴드 씽씽도 나라 바깥에서 제법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작년 9월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의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씽씽의 15분 남짓한 콘서트 영상은 두 달 만에 100만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동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밴드의 외국 공연은 더욱 활발해졌다. 씽씽은 오는 3월 북미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잠비나이 / 잠비나이 페이스북
소리꾼 신승태·이희문·추다혜와 1990년대 후반 기이하고 익살스러운 노래로 인디 음악 마니아들의 이목을 끈 어어부 프로젝트 출신 장영규 등으로 구성된 씽씽은 록과 민요를 섞은 재미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반주는 어느 정도 친숙하지만 경기민요를 바탕에 둔 보컬은 보통 대중음악의 창법과 완전히 달라 무척 이채롭다. 기존 팝 음악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스타일이라서 외국 음악팬들에게 씽씽은 신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주문을 외는 듯한 묘한 가창과 이를 통해 생성되는 어두운 흥은 밴드의 독보적인 매력이 됐다.
잠비나이도 한류의 빛나는 한 축이었다. 몇 해 전 이미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같은 큰 무대에 섰을 만큼 외국의 음악 관계자들로부터 주목받은 이들은 작년에만 수십 번의 해외공연을 소화했다. 다수의 외국 매체가 잠비나이의 <A Hermitage>(은서·隱棲) 앨범을 기사로 다뤘으며, 앨범에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프로그레시브 록, 프리 재즈, 앰비언트 등을 근간으로 하는 이들의 음악은 매우 난해하다. 완급이 불규칙하며, 그 폭도 상당히 크다. 분위기는 대체로 무겁고 을씨년스럽다. 곡을 이끄는 거문고·해금·태평소는 시종 거칠게 소용돌이친다. 혼란스러움과 장대함을 조화한 알찬 구성, 우리 전통악기가 보유한 색다른 소리로 잠비나이는 한국 대중음악의 높은 수준, 전통음악의 멋을 동시에 뽐냈다.
씽씽 / NPR 홈페이지
씽씽·잠비나이 외에도 독특한 국악 퓨전을 행하는 밴드는 많다. 정가(正歌)를 아카펠라 풍으로 풀어내는 정가앙상블 소울지기, 록·클래식·국악을 한데 아우르는 토다, 국악기를 골고루 활용하면서 얼터너티브 록과 팝·월드뮤직을 다양하게 오가는 타니모션, 판소리를 대중음악의 틀에 담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우리소리 모색 등을 들 수 있다.
흥미로우면서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퓨전 국악, 또는 우리 전통음악의 성분을 들인 밴드들이 외국에서 인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정작 자국에서 따뜻한 눈길을 받지 못하는 형편은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 전통음악을 보존하고 알리려는 음악가들이 한국에서도 많은 부름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동윤 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