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치열한 경쟁사회다. 경쟁은 일상의 소소한 영역에서도 반복된다. 운전자들은 다른 차량의 추월을 용납하지 않는 카레이서가 되어 속도 경쟁을 벌이며 도로를 질주한다. 좋은 공연을 관람하려면 입장권이 매진될까봐 혹은 같은 값이면 남보다 더 좋은 좌석을 얻으려고 예매 사이트에 접속해 클릭 경쟁을 벌인다. 맛집에서 밥 한끼를 먹으려 해도 긴 대기 줄에 시간 낭비를 하지 않으려면 서둘러 달려가 순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복지국가를 상징하는 표현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산후조리원에서 장례식장까지’ 삶의 하나하나가 모두 경쟁의 과정이다.
사회적으로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만연해 있는 경쟁구도 속에서 개인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상황에 놓이게 된다. 첫째, 개인을 공동체의 일원이 아닌 고독한 존재로 전락시킨다. 개인에게 가장 큰 경쟁자는 학교 친구나 직장 동료 혹은 이웃 등 같은 공동체의 내부 구성원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둘째, 개인의 모든 의사결정과 행위는 과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결과를 통해서만 평가되고 서열화된다. 경쟁이란 애초부터 평가와 서열을 목표 삼아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셋째, 경쟁에서 밀려나면 실패자로 간주되고, 실패자에게 허용되는 재기의 기회는 많지 않다. 하나의 경쟁을 마치면 또 다른 경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승리자에게 실패자를 챙길 여유 따위는 없는 까닭이다. 창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푸념과 헬조선이란 자학적 표현까지 한국 사회가 처한 많은 문제군들의 이면에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쟁사회의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
경쟁사회에 가장 필요한 처방책은 회복 탄력성의 강화이다. 회복 탄력성이란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튀어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지칭하는 개념을 말한다. 회복 탄력성은 한편으로는 개인의 심리적 건강함으로부터 나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토양을 기반으로 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회복 탄력성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토양은 바로 공동체적 가치 속에서 형성되는 협력적 관계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경쟁구도의 폐해를 절감하면서도 정작 사회적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는 소홀하다.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은 일부 지자체에 국한되어 있을 뿐이다. 공동체의 가장 기본 단위라 할 수 있는 가족 공동체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통계청이 2017년 발표한 국민의 삶의 질 측정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족 공동체에 대한 삶의 질이 2005년 대비 2016년 10년 동안 다른 영역에 비해 가장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이조차도 결국은 경쟁을 전제로 하는 말일 뿐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기회는 열려 있고, 과정은 협력하며, 결과는 나누는” 공동체적 가치가 지금 한국 사회에는 더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