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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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1.30 14:57

맹문재(1965~ )

나는 저 작디작은 손들을 볼 때마다
걸음을 멈추곤 한다
은행과 보험사와 증권사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골목의 구멍가게를 지나칠 때
지친 나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나는 집으로 품고 가기 위해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알은체까지 하며
봉지에 적당히 담는 것이다
저것들이 눈을 활짝 열어주는 별이 되리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지만
기쁜 그림엽서쯤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 내 그림자를 키우지는 못하겠지만
정치 뉴스처럼 짜증스러운 하루를 보듬어주는
우리 집 현관문쯤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저것들의 눈빛이 있는 한
나는 꽤 깊은 밤까지
한 그루의 나무를 심듯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것이다
꽝꽝 언 이 겨울 같은 세상살이에서
주택부금을 들 때와 같은 기대감을 품고
가장의 체면도 지킬 것이다

빈손으로 가기엔 왠지 허전하다 싶을 때면 귤을 산다. 치르는 값에 비해 손이 묵직해져 순식간에 부자가 된 듯하다. 비닐봉지에 탱글탱글 담긴 귤은 빈 마음을 채워준다. 하나만 남아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귤은 참 다정하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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