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엔 없던 ‘용산’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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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엔 없던 ‘용산’ 눈물이 났다

입력 2018.01.29 15:57

[터치스크린]포스터엔 없던 ‘용산’ 눈물이 났다

제목 염력(念力·psychokinesis)

감독·각본 연상호

출연 류승룡_신석헌, 심은경_신루미, 박정민_김정현, 김민재_민사장, 정유미_홍상무

상영시간 101분

상영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8년 1월 31일

욕이 저절로 나왔다. 못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가 세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랄까. 기자 시사회가 열리던 날, 기록적으로 추웠다. 별 생각 없이 시사회가 열리는 용산의 멀티플렉스 극장에 갔다. 한 달쯤 전이던가, 영화에 대한 소문을 읽었다. 연상호(감독)가 대놓고 좌파영화를 찍었단다! 극우성향 커뮤니티였다. 전작들, 특히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보면 그런 ‘경로의존성’이 있을 만하다, 정도로 생각했다. <부산행> 다음으로 내놓은 애니메이션 <서울역>의 구석구석에도, 예컨대 지하철역 부동산 광고판에도 그런 ‘극단적 현실풍자’를 박아놨던 감독이 아닌가.

그의 첫 실사영화 <부산행>을 보고 사람들이 걸었던 기대는 이제 한국에서도 좀비 장르영화의 컨벤션(convention·관습)을 제대로 다루는 감독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가 또 다른 장르, 이번엔 초능력 영화를 찍는다면? 포스터도 그런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해 만든 눈치다. 바로 그 말, ‘이번에는 초능력이다!’를 메인 카피로 내세웠다. 하늘에 떠 있는 ‘남자’ 밑에 펼쳐진 도심은 강남 삼성동이다. 요컨대, 포스터엔 ‘용산’이 없었다!

용산? 2009년 1월 20일 벌어진 용산참사 말이다. 마침 시사회가 열리던 날 바로 앞 토요일이 참사 9주기였다. 단순한 유비가 아니라 노골적으로 용산참사를 ‘인용’하는 것을 보는 게 괴로웠다. 분명 코미디이고 판타지인데도 계속 눈물이 흘렀다. 이 나쁜 감독 같으니라고!

무능력하고 몹쓸 아버지인 신석헌(류승룡 분)이 초능력을 얻는 과정은 ‘우연’처럼 보인다. 어느 날 하늘에서 혜성 같은 것이 떨어졌는데, 거기에서 나온 반짝이는 물질이 흘러흘러 동네 약수터 바가지 물에 들어갔고, 그 물을 마시고 석헌에게 초능력이 생긴다. 그런데 바로 앞 장면이 철거용역에게 폭행당한 처가 사망하는 장면이다. ‘홀로 남겨질 딸 루미(심은경 분)를 돌봐달라’는 간절한 염원이 초능력의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아버지의 삶은 역시 무능력하고 비루한 게, 그 전지전능한 능력을 얻고도 고작 떠올리는 게 밤무대 나이트클럽 마술쇼로 돈 버는 것이었다.

영화는 판타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아버지는 초능력을 발휘해 그날의 희생자들, 철거민들과 경찰들, 그리고 최종적으로 컨테이너에서 떨어지는 자신의 딸을 구해낸다! (실제 용산사건에서 여성 사망자는 없었다.)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들, <두개의 문>(2012), <공동정범>(2018)이 드러내는 것은 당일 현장에 투입되었던 경찰특공대들, 그들 역시 무리한 진압작전의 피해자였다는 것이다. <염력>은 이들 독립영화들과 같은 포지션에 서 있다. 초능력자 석헌은 역시 구조적 폭력의 희생자인 그들까지 구해내고도 4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다.

얼핏 막나가는 판타지로 보이지만 영화는 강한 페이소스를 남긴다. 이렇게 말하면 쉽게 전달될까. 2014년 4월 16일의 그 슬픈 사건 뒤, 누군가 그렸던 거대한 천사가 두 손을 모아 바닷속 세월호를 건져내는 그림 같은 것. 모두가 안타까워하는 비극을 현실에서는 있을 리 없는 초인(超人) 같은 이가 나타나 막아줬으면 하는 상상. 연상호 감독은 ‘제대로 만든 장르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배신했다. 그러나 강추한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영화는 감독의 전작 <서울역>(2016)과 같이 15세 관람 등급 영화지만 <서울역>처럼 높은 수위의 하드코어 영화는 아니다. 자녀들과 함께 봐도 무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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