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연가>는 고 이영훈 작곡가가 만들고 이문세가 노래한 히트곡들로 만든 뮤지컬이다. 1980~90년대를 관통하는 그의 음악들은 기록적인 판매량을 이뤄내며 발라드 전성시대에 한 획을 그었다. 아예 뮤지컬 홍보 포스터에는 작품에 등장하는 노래 제목만 길게 나열돼 있다. 그만큼 음악의 힘과 울림이 클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다.
2017년 끝자락에 선보인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처음이면서도 처음이 아닌 묘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첫 단추를 꿰었던 것은 같은 연출가가 2011년 막을 올렸던 동명 타이틀의 무대다. 항간에는 기본적인 이야기의 골격에 돌아가신 작곡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후문도 있다. 이지나 연출은 “대한민국 남성들이 로망으로 생각하는 교회 오빠의 사랑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대형 무대에서 올려지는 창작 뮤지컬로는 전례없던 흥행을 기록하며 국회대상을 수상하는 기록도 남겼다.
/서울시뮤지컬단
두 번째로 시도된 작품은 소극장 버전의 라이브 연주가 강조된 무대다. 아무래도 음악이 지닌 영향력이 적지 않음에 착안해 음악을 즐기는 번외편적 성격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정방형의 세트 안에 각각의 악기 연주자가 위치해 ‘보이는 음악’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었던 이 버전은 중국에까지 무대를 이어가며 국경을 넘어서는 흥행의 진기록을 남겼다.
2017년 연말에 막을 올린 새로운 버전은 같은 음악으로 만든 세 번째 공연이다. 이번에는 무대 극작가 겸 연출가로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고선웅이 극본을 맡고, 초연 무대의 이지나 연출이 다시 참여해 CJ E&M과 서울시뮤지컬단의 공동제작으로 시도됐다. 아무래도 같은 연출가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 공연이다보니 초연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시각에 따라서는 새 버전의 차별화에 대한 우려나 강박도 살짝 엿보인다. 예를 들자면, 노래 ‘기억이란 사랑보다’에 대한 해석이 그렇다. 초연에서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배경으로 다룬 반면, 새 버전에서는 마치 과거의 기억 속 사랑은 추억으로 포장되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조금은 복잡한 해석으로 변화됐다.
/서울시뮤지컬단
새 버전에서 돋보이는 것은 극중 3500살을 먹은 신비한 존재 월하다.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이 극중 인물은 독특하게도 남녀 배우가 번갈아 등장하는 별난 형식을 택했다. 남성이면서 여성적인 섬세함이 돋보이는 인물로는 정성화가, 여성이면서 남성적인 대담함이 돋보이는 인물로는 차지연과 구원영이 등장한다. 누가 더 낫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각각의 배우가 뿜어내는 아우라는 시종일관 극을 지배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는 주마등처럼 자신의 일생이 스쳐간다는 말이 있다. 뮤지컬은 작곡가의 죽음 직전 1분이라는 설정을 통해 과거와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극적 구조로만 보자면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과도 흡사하다. 과거의 정령과 함께 자신의 기억을 돌아보는 구조가 비슷한 탓이다. 이를 통해 관객에게 주려는 대리 체험도 엇비슷한 계몽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고 이영훈의 음악을 한 번이라도 흥얼거렸던 기억이 있다면 선율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관극이 될 것 같다. 일부러 편곡보다 원곡의 재현에 힘을 실었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공연을 보면 그가 더 그리워지는 마음도 든다. 겨울에 잘 어울리는 뮤지컬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