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 (1966~ )
단순해지면 강해지는구나
꽃도 버리고 이파리도 버리고 열매도 버리고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벌거숭이로
꽃눈과 잎눈을 꼭 다물면
바람이 날씬한 가지 사이를
그냥 지나가는구나
눈이 이불이어서
남은 바람도 막아 주는구나
머리는 땅에 처박고
다리는 하늘로 치켜들고
동상에 걸린 채로
햇살을 고드름으로 만드는
저 확고부동하고 단순한 명상의 자세 앞에
겨울도 마침내 주눅이 들어
겨울도 마침내 희망이구나
나무는 날씨가 어떻든간에 산과 들, 길모퉁이에서 뚝심있게 겨울을 살고 있다. 겨울나무가 없었더라면 춥기만 한 겨울을 어찌 버텨낼 수 있을까.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