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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입력 2018.01.16 15:33

황규관(1968~ )

어머니가 빙판에 미끄러져 손목이 부러지셨다
시골 터미널 앞 병원에 도착하니
퉁퉁 부은 어머니의 오른손
한가하게 산보하다 맞은 날벼락이 아니라
당신이 사시는 아파트 청소를 하고
달에 40만원 벌다 당하신 산재다
환갑을 넘긴 양반이, 산재라니!
(병원비 걱정은 없겠구나)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는 계단에서
끊은 담배를 깊이 태웠다
하늘이 너무 파래 어지러웠다
10만원권 한 장 못 내놓고 병원문 나설 때
내 마음 길바닥보다 더 빙판임을
너무 오래 몰랐다는 걸 알았다
삶이 재앙이라는 생각
이제 그만 떨쳐내고 싶었는데
해 떨어져 씨 다른 동생과 삼겹살을 구울 때
난데없이 폭설이 내렸다

세상에서 내가 지워지고 있었다

문득 스스로 존재의 가치를 의심할 때가 있다. 무능함 때문에… 애써 무시한 현실이 빙판길처럼 나타나면 하얀 눈 덮인 세상으로 숨어 버리고 싶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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