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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재해석

입력 2018.01.08 14:07

[칼럼]갈등의 재해석

갈등의 어원은 갈(葛)을 뜻하는 칡나무와 등(藤)을 뜻하는 등나무가 덩굴이 도는 방향이 서로 반대라 마치 매듭처럼 얽혀 있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칡나무와 등나무 넝쿨이 가운데 끼여 있는 다른 나무 줄기를 깊이 파고들면서 서로를 휘감고 있는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숲 해설가 설명에 따르면 가운데 낀 나무는 깊게 파인 상처를 안고 꽁꽁 묶인 채 고통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사회적 갈등도 마찬가지다. 갈등이 만연하다보면 그 피해는 당사자들뿐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갈등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증오와 대립이 깊어지고,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계속되는 갈등 상황으로 인한 피로감과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사회 전체가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국 모두가 상처받고 피해자가 된다.

사회학에서는 갈등의 원천을 크게 두 가지 맥락에서 찾는다. 먼저 부, 권력, 명예와 같은 사회적 희소 자원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경쟁과정에서 빚어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성, 연령, 인종 등 선천적 차이가 사회적 차별로 구조화될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갈등 사안을 살펴보면 두드러진 특징이 두 가지 나타난다. 첫째, 경쟁적 갈등을 넘어 혐오적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경쟁적 갈등은 게임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치열하게 갈등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원칙과 규칙은 지키면서 선을 넘지는 않는다. 반면 혐오적 갈등은 게임이 아닌 전쟁 상황이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사회적 희소 자원의 획득이 목표가 아니라 상대방의 굴복과 파멸이 목표가 된다.

둘째, 다른 성격의 갈등 사안들이 다시 얽히고 설켜 또 다른 갈등 요소를 잉태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는 점이다. 가령 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던 세대 갈등이 일자리 문제와 맞물리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한 기성세대와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세대 간의 계급 갈등이란 새로운 양상으로 확산됐다. 여성에 대한 성적 차별에서 비롯된 성별 갈등도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나자 군 가산점 문제나 여성의 병역 의무 부여 등 취업 현안과 맞물리면서 급기야 여혐, 남혐 현상으로까지 갈등이 증폭됐다. 일자리 문제도 역사적으로 보면 자본주의 등장 이후에 발생한 근대적 이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과 일자리 문제가 맞물려 있다. 금수저, 흙수저란 세습의 문제, 즉 전근대적 이슈다. 일자리라는 근대적 이슈와 세습이라는 전근대적 이슈가 결합되어 아주 독특한 한국적 갈등 양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세상에 갈등이 없는 나라란 존재하지 않는다. 갈등 없는 나라가 정상 사회인 것도 아니다. 이런 사회는 이상적인 신기루이거나 아니면 현실에서는 전체주의 사회일 뿐이다. 갈등이 있다고 해서 건강하지 못한 사회라 규정할 일도 아니다. 즉각적으로 표출되는 갈등은 오히려 그 사회에 무엇이 문제점인가를 알려주는 요긴한 신호다. 다만 아무리 갈등 상황이라도 상대방을 혐오하거나 굴복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갈등을 공정한 경쟁이나 양보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회만이 진정한 국민대통합도 가능할 것이다. 칡나무와 등나무도 결국 멀리서 보면 그렇게 멋진 숲을 이루듯이 말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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