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1915~2000)
예수의 손발에 못을 박고 박히우듯이
그렇게라도 산다면야 오죽이야 좋으리오
그렇지만 여기선 그 못도 그만 빼자는 것이야.
그러고는 반창고나 쬐끔씩 그 자리에 붙이고
뻔디기 니야까나 끌어 달라는 것이야.
“뻐억, 뻐억, 뻔디기, 한 봉지에 십원, 십원,
비 오는 날 뻔디기는 더욱이나 맛좋습네.”
그것이나 겨우 끌어 달라는 것이야.
그것도 우리한테뿐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국민학교 6학년짜리 손자놈들에게까지 이어서
끌고 끌고 또 끌고 가 달라는 것이야.
우선적으로, 열심히, 열심히, 제에길!
최저임금에 겨우 꿈쩍이며 사는 세상이 차라리 순교라면 참을 만하겠지. 못 빼내고 반창고로 임시처방하는 현실에 자식 손자의 삶은 달라질까. 그저 끌고 끌고만 가라는 걸까. 아침 바람이 매섭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