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호(1964~ )
아침이면
전날 밤 만취해
마구 풀어 헤쳐놓은 꿈들
주섬주섬 보자기에 챙기고
단단히 매듭을 지어 묶는다
어머니가 남겨준 조각보
몇 군데 깁기는 했으나
아직은 쓸 만하다
거리를 나서면
허둥지둥 갈 길을 찾아 가는
가지가지 모양의 짐 보따리들
더 들어갈 여유도 없이
잔뜩 부푼 얼굴들
행여 쏟아질까 두려워
종일 꼭지만 움켜쥐고 산다
산다는 건 그저
갖가지 천 조각을 이어
보자기를 만드는 일
나는 오늘도 가위를 들고
적당한 크기로
하루를 자른다
오늘이 어제인가 내일이 오늘인가. 또다시 십 년 뒤 거리를 서성댄다. 구멍 난 호주머니 사이로 툭툭 삐져나오는 꿈도 집어넣는다. 화자는 꿈들을 ‘주섬주섬 보자기에 챙기고 단단히 매듭을 지어 묶는다.’ 산다는 건 ‘그저 갖가지 천 조각을 이어 보자기를 만드는 일’.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