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경제]<더 테이블>-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대화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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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경제]<더 테이블>-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대화 플랫폼’

입력 2017.10.16 19:25

원탁테이블을 마주보며 놓인 의자 2개. 그 좁은 공간에서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얘기가 오갈까. 때론 웃음과 울음이, 진실과 거짓이, 가식과 진심이 거쳐갔을지도 모른다.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은 일상의 소소한 호기심을 투영한다. 카메라는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통큰 창이 있는 작은 카페의 하루, 네 번의 만남을 비춘다.

오후 5시. 2잔의 따뜻한 라테를 마시며 은희와 숙자가 만난다. 은희의 가짜 결혼식에 숙자는 친정엄마 대역을 할 참이다. 어둠이 깔린 밤 9시. 식어버린 커피와 남겨진 홍차가 놓여 있다. 결혼을 앞둔 혜경은 옛연인 운철을 만난다. 혜경은 말한다. “왜 마음 가는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어.”

영화 포스터는 테이블을 ‘마음이 지나가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경제용어로 바꾸자면 ‘플랫폼(Platform)’이다. 플랫폼 하면 버스나 기차 승강장이 먼저 떠오른다. 승객과 교통수단이 만나는 곳으로 돈을 내면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또 다양한 매점이 모여들고, 수많은 광고가 붙는다. 이 같은 의미가 확장돼 플랫폼은 ‘판매자와 구매자 양쪽을 하나의 장으로 끌어들여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을 통칭하는 의미로 바뀌었다.

[영화속 경제]-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대화 플랫폼’

플랫폼은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응용프로그램, 웹, 정치·사회·문화적 합의나 규칙 등 유·무형의 형태를 모두 포괄한다. 아이폰이나 갤럭시 시리즈 같은 스마트폰도 플랫폼이고, 아이폰에 까는 모바일앱, 카카오톡도 플랫폼이다. 네이버 같은 포털도 물론 플랫폼이 된다. 스콧 갤러웨이 미국 뉴욕대 교수는 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은 플랫폼을 주무르는 ‘디지털 4인방(Gang of Four)’이라고 명명했다.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나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는 자동차 플랫폼을 일거에 바꾸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물론이고 백화점, 대형할인마트, 편의점도 유통 플랫폼이다. 창업이 잘되도록 도와주는 법적·제도적 지원은 ‘창업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좁게는 창업보육센터를 말하고, 넓게는 창업 아이디어 발굴, 자금조달, 시장 수요 조사, 기술개발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포괄한다.

플랫폼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해낸다. 새로 구축된 플랫폼을 중심으로 각종 부가서비스가 덧붙여지면서 새로운 시장 생태계가 조성된다.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의 힘이 세다보니 ‘플랫폼 중립성’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플랫폼 중립성이란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들이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업체들을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정책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에 특혜를 주거나 MS가 노키아에만 최적화된 운영체제를 공급하면 플랫폼 중립성에 어긋난다. 과거 MS의 익스플로러, 메신저 끼워팔기가 금지된 것은 경쟁당국이 ‘플랫폼 중립성’에 위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테이블은 가장 오래된 ‘대화 플랫폼’이다. 심지어 금융시스템도 만들어냈다. 은행을 뜻하는 ‘bank’는 이탈리아어 방코(banco), 방카(banca)에서 유래됐다. 방코는 환전상의 책상, 즉 환전대를 의미한다. 하지만 테이블의 막강했던 플랫폼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카카오톡과 온라인 메신저 때문이다. 그러자 카페와 커피전문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와이파이를 설치해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엄지족(스마트폰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카페는 대화보다는 공부나 카톡을 하기 위한 공간이 될지도 모른다. 플랫폼은 이렇게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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