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싸이런픽쳐스
제목 남한산성 (The Fortress)
제작연도 2017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40분
장르 드라마
감독 황동혁
출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개봉 2017년 10월 3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1636년 인조 14년, 새로운 군신관계를 강요해오던 청나라의 대군이 쳐들어오자, 임금과 조정은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고립된 임금과 백성들은 청의 무리한 요구를 거부한 채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 속에 급속히 지쳐간다. 순간으로 치욕을 감내하더라도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과 목숨을 바쳐서라도 대의를 세워야한다는 예조판서 김성헌(김윤석 분)의 첨예하게 각을 세운 이견 사이에서 인조(박해일 분)는 갈등한다. 청의 우두머리 칸이 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작은 산성 안에 갇힌 조선의 운명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으로 곤두박질친다.
아무리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았지만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작품은 드물다. 이유는 분명하다. 규모, 즉 영화화할만한 거리의 차이다. 영화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2007년 출간 이래 100쇄를 찍어내며 총 70만부 판매의 성공을 기록한 이 작품은 제15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훈은 처음 이 이야기를 창작하며 그렸던 몇 가지 중요한 이미지가 있었다고 한다. 고립된 성에서의 무서운 추위, 봄이 오는 아주 희미한 냄새 등이 그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그는 아무쪼록 이런 느낌들이 영화 속에도 녹아들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의 바람은 어느 정도 성사된 듯하다.
이 작품은 대규모 스펙터클이나 액션에 무게를 싣는 활극이 아니다. 기대와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부분이다. 중간 중간 공들인 액션 신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영화의 중심을 지탱하고 있는 가장 큰 화제는 처절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갈등’ 그 자체다. 그리고 화면 안에서 끊임없이 몰아치는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는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국가의 기로라는 중대사를 결정해야 하는 인물들의 목을 가혹하게 옭아 죈다. 당시의 분위기를 최대한 재현하기 위해 제작팀은 철저한 고증을 거친 세트와 소품을 활용하고자 노력했다. 촬영 역시 한겨울을 관통하는 일정임에도 실내 스튜디오를 지양하고 로케이션과 오픈세트로만 진행했다. 배우들의 입김까지 고스란히 느껴지는 영화 속 한기가 그래서 더욱 절절히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감독 황동혁의 연출목록은 예사롭지 않다. 2007년 내놓은 장편데뷔작 <마이 파더> 이후 <도가니>, <수상한 그녀>로 이어진 꾸준한 작품활동은 그가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재단할 수 있는 연출가일 뿐 아니라 관객동원 능력까지 지닌 흥행가임을 증명했다.
<남한산성>은 139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흔들리지 않고 묵묵하게 전개된다. 마지막까지 격양되지 않은 묵직한 울림을 이어간다. 모처럼 ‘문예영화’란 단어도 떠오른다. 한국영화를 보며 간만에 느껴보는 정서다. 호흡이 가쁘지 않으니 영화 속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화려하진 않지만 우아함이 깃듯 풍광, 뚜렷하되 감정을 선동하지 않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 등은 영화가 전달하려는 주제와 분위기에 관객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다가서게 만든다. 당연히 배우들의 연기도 그 여백의 자리를 채운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던 배우들에게도 이 작품은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 같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