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경제]「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장벽 ‘유리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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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경제]「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장벽 ‘유리천장’

입력 2017.09.26 10:32

스크루지는 유령이 보여준 자신의 미래를 보고는 새 사람이 된다. 천하의 구두쇠도 사후 내려질 잔인한 평가를 견뎌낼 수 없었다. 내가 죽은 뒤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아무리 모진 사람도 이 물음 앞에서는 멈칫거려진다.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포스터/메인타이틀 픽쳐스 제공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포스터/메인타이틀 픽쳐스 제공

마크 펠링톤 감독의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그런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은퇴한 광고회사 대표 해리엇(셜리 맥클레인 분)은 자신의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완벽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 그녀는 자신의 부고 기사도 완벽하기를 바란다. 해리엇은 지역신문사의 부고 기사 담당기자인 앤(아만다 사이프리드 분)에게 자신의 부고 기사를 맡긴다. 해리엇은 4가지 조건을 건다. 완벽한 부고 기사는 ‘고인은 동료들의 칭찬을 받아야 하고, 가족의 사랑을 받아야 하며, 누군가에게 우연히 영향을 끼쳐야 하며, 자신만의 와일드카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료는 물론 가족까지도 해리엇에 대해 막말을 퍼붓는 상황. 앤은 해리엇의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완벽주의자인 해리엇은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가차없다. 상대를 뭉개버린다. 얼마나 까탈스러웠는지 주변은 혀를 내두른다. 그녀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까? 22년 전 이혼한 그녀의 남편 에드워드는 말한다.

“그때는 다른 세상이었어. 해리엇과 함께 일했던 남자들은 그녀를 아래로 봤기 때문에 두 배로 잘해야 했고, 두 배로 똑똑하고 단호해야 했어. 그런데 해리엇은 정말 그랬어. 해리엇은 항상 자기가 옳다고 믿었어.”

해리엇이 독한 여자가 된 것은 ‘유리천장’ 때문이었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여성과 소수민족 출신자들이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것을 가로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말한다. 실제로는 존재하지만 투명하다보니 잘 보이지 않는 차별이다. 유리천장이라는 단어는 정보통신(IT)업계에서 처음 제기됐다. 휴렛팩커드(HP)의 캐서린 로렌스는 1979년 7월 ‘언론자유를 위한 여성기구’ 연례회의에서 “미국 기업 내 여성의 승진정책에는 제한이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 ‘유리천장’이라는 제약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1986년 3월 <월스트리트저널>에 ‘유리천장’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게재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기고문은 “유리천장이란 사내문서나 공개회의 석상에서는 언급되지 않지만 회사의 최고경영진을 백인남성으로만 꾸리기 위해 존재해 온 보이지 않는, 은밀한, 암묵적인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유리천장은 점차 흑인이나 소수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상황까지 의미가 확대됐다. 특정지역의 승진을 가로막는 지역차별도 유리천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흑인이면서 여성인 경우는 승진이 더 어려워 ‘콘크리트 천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국의 ‘유리천장’은 유별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유리천장 지수’를 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25점을 받아 대상국 중 꼴찌였다. 이 지수는 여성의 고등교육, 남녀 임금 격차, 여성 기업 임원 및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종합했다. 유리천장은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게 해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육아와 출산을 꺼려해 저출산의 원인으로도 지목받는다.

해리엇은 “그 시대에는 남자들이 공부 잘하는 여자하고 결혼하지 않으려 했어. 일하는 여자하고도 결혼하지 않았어. 여자 상사를 두려하지도 않았어. 그 중의 최고는 사업하는 여자들과는 결혼하려 하지 않았어. 하지만 나는 (이런) 위험을 무릅썼어. 나는 내 잠재력을 감출 수 없었어”라고 회고한다. 해리엇은 유리천장을 허물려 한 진정한 롤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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