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재료, 평범한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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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재료, 평범한 ‘손맛’

입력 2017.09.18 18:28

소니 픽처스

소니 픽처스

제목 베이비 드라이버 (Baby Driver)

제작연도 2017년

제작국 영국, 미국

러닝타임 112분

장르 액션, 범죄

감독 에드가 라이트

출연 앤설 에거트, 케빈 스페이시, 릴리 제임스, 제이미 폭스

개봉 2017년 9월 1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1974년생인 영국 감독 에드가 라이트는 독특한 유머감각을 뽐내온 감독이다. 단편과 중편, 그리고 다수의 TV 시리즈를 거친 후 공식적으로 첫 장편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새벽의 황당한 저주>(Shaun of the Dead·2004)는 감독 자신뿐 아니라 주연을 맡았던 절친한 두 친구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 콤비를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시켰다. 연이어 내놓은 <뜨거운 녀석들>, <스콧 필그림> 등의 작품들 역시 전작의 연장선상에서 공포영화, 화장실 유머의 노골적 B급 정서를 자신만의 세련된 스타일로 풀어내며 팬들의 지지를 이어갔다.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베이비 드라이버>는 이제까지 그가 만들어온 영화들 중 가장 이질적인 작품으로 보인다. 과잉된 폭력과 개구진 유머를 듬뿍 걷어내고 정극의 진지한 분위기와 갈등구도를 토대로 감각적 효과를 증폭시키는 야심찬 실험을 감행한다.

어려서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후유증으로 청각에 이상이 생긴 베이비(앤설 에거트 분)는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이명(耳鳴)을 극복하기 위해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산다. 타고난 운전실력을 가진 그는 작은 사고로 인해 짊어지게 된 빚을 갚기 위해 박사(케빈 스페이시 분)가 기획한 범죄현장에 탈주전문 운전사로 참여한다. 하지만 약속된 마지막 범죄를 목전에 두고 베이비는 식당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 데보라(릴리 제임스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만다. 박사는 약속한 마지막 범죄가 끝난 후에도 베이비를 놔주지 않고 되레 더욱 악랄한 방법으로 그의 목을 죄며 범죄에 끌어들이지만 새로운 계획은 틀어지게 되고 베이비의 사랑 역시 험난한 난관에 부딪힌다.

이 작품이 언론에 거론될 때 가장 부각되는 부분은 음악이다. 음악을 듣는 행위로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한다는 주인공의 설정상 거의 모든 신에 등장하는 인물을 따라 음악도 끊임없이 흘러넘친다. 실제 공식적으로 발매된 2장의 영화음악 CD에는 30곡이나 되는 기성 팝 음악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렇다보니 <그래피티>로 2014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스티븐 프라이스가 음악에 이름을 올리고는 있지만 작곡가로서 그의 존재감이란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데뷔 직후부터 음악에 맞춰 장면과 이야기가 전개되는 일종의 신개념 뮤지컬을 꿈꿔왔고, <베이비 드라이버>는 오랜 숙원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정작 영화를 보고난 후 기억되거나 남는 곡은 거의 없다. 차라리 이런 거창한 선포 없이 만든 비슷한 시기에 본 다른 영화들 속에 삽입됐던 한두 곡의 음악들이 훨씬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나름 실력 있는 연기파 배우들을 포진시킨 전략 역시 마찬가지다. 중심을 잡지 못하는 이야기 속에서 그들의 개성과 재능은 의미 없이 증발되고, 결국 관객들은 격리되어 철저한 구경꾼으로 내몰린다. 어쩌면 이런 설익은 느낌의 원인을 찾는 데 이 영화가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보도자료 한 장을 넘치게 나열된 해외언론의 극찬 속에서 뉴욕타임스의 리뷰가 눈에 띈다. ‘관객이 원하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재료가 맛있는 음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언제나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기술, 곧 ‘손맛’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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