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일(1961~ )
친구 결혼식에 나눗셈하러 갔다
늦은 나이에 어린 아내를 맞는 게 면구스러운 친구는
말도 통하지 않는 아내에게
알아볼 수 없는 수화와 몸짓으로
내가 불알친구임을 말해주었다
신부 볼에 핀 수줍음이 몽고반점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행진에
평소보다 많은 박수를 쳐주었지만
도무지 사그라지지 않는 심사가 무한소수처럼 남았다
언젠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동남아 한 산간마을 풍경을 본 적 있다
우리말과 비슷하게 발음되고 뜻이 같은 몇 단어 중
엄마와 우리 그리고 구들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 신부가 마음으로 오물거리는 엄마라는 단어가
자꾸만 그의 입술에서 도드라지는 것이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저 심사와
그 속내를 볼 수밖에 없는 내 눈치가
결코 나누어지지 않는 유전형질 같은 우리일 것이다
썰렁한 신부 측 하객석에 홀로 앉는다
몽고반점이 구들처럼 따뜻해져 온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살아갈 어린 신부가 안쓰럽다. ‘마음으로 오물거리는 엄마라는 단어가 자꾸만 그의 입술에서’ 도드라진다. 불안하고 외로운 타지 생활이 ‘구들처럼’ 따뜻해지길 바라며 신부 측 하객석에 홀로 앉은 시인의 마음이 전해진다. 우리는 모두 ‘결코 나누어지지 않는 유전형질 같은 우리’라고 힘을 준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