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기(1965~ )
학교 교실 안
한 친구의 지갑이 사라졌다
해진 스웨터를 입고 있던
내가
억울하게 범인으로 지목되었다
솔직히 얘기하면
용서해주겠다고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선생님이 날 달래고 있었다
수군거리는
아이들과
문틈으로 보이는
교장선생님의 무서운 얼굴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는데
창밖 나무들이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그게 아니라고
그런 게 아니라고
대신 변명을 해준다
느닷없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얼마나 막막할까. 나를 믿어주는 사람은 없고, 모두 자백하라는 눈초리를 보낸다. 그때 ‘창밖 나무들이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그게 아니라고 그런 게 아니라고’ 해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말하지 못하는 나무가 대신 하다니.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