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수(1958~ )
시를 써서, 만약에
돈을 벌게 되어 근교 어디쯤에 집을 사게 된다면
나는 마당에 뒤란에 담장 옆에
해바라기를 엄청나게 많이 심을 것이다 하여
이웃들이 해바라기집이라고 부르고
잠깐 다니러 온 이들도 우리집을 보며 해바라기집이라고 부르고
머리 희끗희끗한 내 처가 출퇴근하는 것을 보고는
논 건너 아랫마을 분이 ‘저기 해바라기집 안사람이야’라고 소개하고
아들도 해바라기집 아들로 불리고
친정 나들이하는 딸도 해바라기집 딸로 불리고
가끔 호주머니에 돈이 없어 외상 신세지는
동네 구멍가게 장부에도 ‘해바라기’로 적히도록
해바라기를 많이 아주 많이 심을 것이다
마당이 온통 노란 날 내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내 집에 처음 오는 이들도 버스기사에게
상갓집이라고 묻지 않고
해바라기집이 어디냐고 물을 수 있게
만약에 내가 시를 써서 돈을 벌어…
‘몇 동 몇 호’보다 풀꽃이나 나무집으로 불리면 행복할 것 같다. 생각만 해도 해바라기처럼 둥근 웃음이 터져나온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아파트나 전원주택지 분양물량이 쏟아진다고 해도 남의 일일 뿐이다. 시인은 ‘만약에 내가 시를 써서 돈을 벌어…’라고 말한다. 나도 시를 써서 집을 살 수 있다면 채송화집으로 불리고 싶다. 만약에….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