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든 동물의 마음과 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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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든 동물의 마음과 지능

입력 2017.07.31 14:38

[북리뷰]믿기 힘든 동물의 마음과 지능

소리와 몸짓
칼 사피나 저·김병화 역·돌베개·3만5000원

과학엔 젬병임에도 인문서보다 자연과학 책들에 자꾸 손이 간다. 몇 해 전 TV에서 본 영상 때문이다. 밀렵꾼에게서 자신들을 구해준 은인이 죽자 20여 마리의 코끼리가 집 앞에 모여 애도하는 장면이었는데, 인본주의에 의구심이 생겼다. 내레이터는 그들이 수십㎞ 떨어진 먼 곳에서 찾아와 장례식 내내 그렇게 있었고, 이듬해 기일에도 다시 왔다고 했다. 죽은 건 어찌 알았으며 동물이 어떻게 문상을 할까? 묵념하듯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서 있는 코끼리들을 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봤는데도 시간이 흐르자 내 기억이 의심스러웠다.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일이니까.

다행히 생태학자 칼 사피나의 <소리와 몸짓> 덕분에 내가 헛것을 본 게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소통하는지 다룬 이 책의 첫 번째 주인공은 코끼리. 그들에 관한 긴 이야기 속에 내가 본 에피소드가 있었는데(171쪽), 그때쯤엔 이런 일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지능이 높고, 사회적이고, 조상을 존중하고, 자신을 인식하고, 공감할 줄 알고” 심지어 “슬퍼서 죽을 수도 있는” 코끼리에 관한 “있을 수 없는 이야기”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그 중에도 잊히지 않는 건 가족을 모두 잃은 육지의 코끼리를 바다의 흰긴수염고래가 위로하는 대목이었다. 믿을 수 있는가? 바다생물과 육지생물이 종(種)을 초월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을. 하지만 가모장이 이끄는 복잡하고 끈끈한 공동체, 초음파를 이용한 놀라운 소통력, 큰 두뇌와 긴 수명 등 그들이 가진 여러 공통점을 생각하면 둘의 대화를 의심하는 것이 더 이상한지도 모른다.

정말 이상한 일은 동물도 생각하고 느끼고 함께 놀고 웃고 우는 존재란 것을 무수한 증거-이 책은 750쪽이 넘는다-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과학의 이름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왜 실험실 심리학자와 행동주의 과학자들은 동물에게 부자연스런 억지스러운 실험으로 동물의 마음과 지능을 의심하고 그들이 인간보다 못함을 증명하려는 걸까? 실험실 밖에는 물에 빠진 아기를 구하려다 익사한 수컷 보노보가 있고, 다른 종과 협력해 먹이를 잡는 그루퍼가 있고, 미끼낚시를 하는 왜가리를 비롯해 각종 도구를 사용하는 까마귀·고릴라·침팬지·해달·문어·곤충이 있고, 죽은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원숭이·코끼리· 돌고래 등이 있는데도 왜 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지 않고 마음이론이니 거울테스트 같은 걸로 인간만이 타자의 마음을 읽고 자아를 인식한다고 주장하는 걸까?

혹시 그것은 먹이를 구하러 6400km를 날아갔다 와서 수천 마리 새끼들 중 제 새끼를 콕 집어 찾아내는 알바트로스처럼 비상한 능력이 없는 데 대한 열등감이나 불안의 표현은 아닐까?

솔직히 항복한 적을 관대히 포용하고 솔선수범으로 무리를 이끄는 늑대나, 곤경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고 생선 한 마리도 나눠먹는 고래를 보면 동물이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필자는 동물의 우월함을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동물은 나름의 특별함을 갖고 있으며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삶은 무겁다. 내게도 네게도 그들에게도. 이 무거움이야말로 서로를 이해하고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다.

<김이경 소설가·독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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