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원(1971~ )
끈적끈적한 무더위가 묻어나는 동사무소 3번 창구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내가 나임을 증명하던
[주민등록증 분실신고서]를 밀어넣었다.
8절지 한 장 가득 쓴 내 부재신고서(不在申告書)….
아이새도우가 짙은 여직원은 14일 이후에나 찾으러 오라며
이 세상 어디에도 내가 없음을 선고(宣告)한다.
아, 나는 여기에 있는데 장차 어떻게 나를 증명할까.
동사무소를 빠져나오며
한라산 아흔아홉골에 초당(草堂)을 짓고
한동안 칩거하기로 결심했다.
장마가 오려는지 한라산 이마가 잔뜩 흐려져 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날이 이어진다. 무더운 날, 속 시원하게 일이 펼쳐지지 않으면 더 덥다. 휴가철이라 공항은 연일 북새통이라지만, 훌쩍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한라산 아흔아홉골에 초당을 짓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여름은 곧 지나갈 것이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