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덩케르크
원제 Dunkirk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토미_핀 화이트 헤드, 피너_톰 글린 카니, 콜린스_잭 로던, 깁슨_아뉴린 바나드, 파리어_톰 하디
상영시간 106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7년 7월 20일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기대, 아니 열광이었다. 덩케르크 철수작전이 영화화된다. 게다가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니. 덩케르크 퇴각 혹은 다이나모 작전은 2차 대전 전사(戰史)에서 유명한 사건이다. 덩케르크 철수에 붙은 또 하나의 이름이 ‘기적’이다. 총 33만8000여명의 군인이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퇴각할 수 있었다. 기적처럼 파도는 잔잔했고,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 연합군을 도버해협에 수장시킬 기세로 진격했던 독일 기갑부대는 징집된 영국의 크고 작은 선박들이 도착하는 시점에 맞춰 공격을 중지했다. 말 그대로 천우신조였다.
놀란의 연출에서 기대되는 것은 CG를 가급적 피하는 그의 신념이다. 전작 <인터스텔라>(2014)에서 황폐해진 지구에 불어닥치는 모래폭풍이 CG가 아니라 실제 옥수수가루를 팬으로 날려 연출한 것이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아니나 다를까, 보도자료를 보면 실제 덩케르크 해변에서 1500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찍었다. 영화에 나오는 전투기들도 실제 2차 대전 때 하늘을 날던 전투기들을 섭외해 다시 날렸다.
또 하나 기대했던 것은 그의 이야기 직조능력이다. 그의 이전 작품 중 이런 그의 능력이 특히 빛나는 것은 그의 이름을 각인시킨 <메멘토>(2001)와
<인셉션>(2010)이다. 시작과 함께 이 이야기는 세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자막으로 선언한다. 해변의 일주일, 바다의 하루, 그리고 하늘에서의 한 시간. 일단 역사의 재현. 성공이다. 찰나의 선택으로 삶과 죽음이 갈리는 전장의 공포 묘사, 훌륭했다. 아직 프로펠러기 시대의 공중전도 실감났다. 해변의 일주일. 주인공 어린 병사 토미와 그와 짝을 이룬 깁슨, 그리고 나중에 이 팀에 합류하는 알렉스에게 거창한 대의 따위는 없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서 탈출해 최대한 사선(死線)에서 멀리 도망치는 것이 목표다.
둘째 요트의 하루. 요트 문스톤호의 도슨씨 부자와 아들의 친구 조지. 이들은 징발하러 나온 군인들 대신 직접 요트를 타고 반대편 프랑스 해안으로 떠난다. 셋째, 한 시간. 스핏 파이어를 모는 영국 공군. 선임 조종사 파리어(톰 하디 분)는 돌아갈 연료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독일군 전투기 격추에 나선다. 활공 끝에 그가 착지한 곳은 독일군 진지 쪽이다. 각자의 시각에서 전개되는 일주일과 하루, 한 시간은 교차하면서 직조된다. 역시 놀란다운 연출이다.
파리어나 자신의 요트를 타고 용감하게 바다를 건너는 도슨씨 이야기에서 손쉬운 영웅서사를 만들어낼 유혹에 넘어갈 듯한데, 카메라의 시선은 냉정하고 절제되어 있다. 감독의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평가는 엇갈릴 것 같다. 걸작이거나 아니면 ‘터무니없는 돈지랄’이라는 혹평. 모 아니면 도다. 일단 평론의 입장에서는 호평을 거뒀지만, 상황으로만 이끌어가다 보니 따분함을 느낄 이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전쟁에 대한 감독의 독특한, 사실주의적 접근은 화끈하게 휘발유 폭발 특수효과 연출이나 전형적인 선악구도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들게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코너에서 <인터스텔라> 이외에도 감독이 관여한 작품들에 대해 연달아 ‘강추’해 왔지만, 이 영화는 강력추천까지는 못할 것 같다. 혹평을 퍼부을 사람들의 심정도 헤아려지는 건 처음이다. 소문난 잔치 치곤, 나오는 음식들이 너무 평범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