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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생명주의’ 두 거장 우표

입력 2017.07.03 17:05

  • 김경은 기자

김동리와 박경리.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6월 27일 ‘올해의 현대 한국 인물’로 선정, 발행한 우표의 주인공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013년부터 현대 한국 인물 시리즈 우표를 발행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6월 27일 현대 한국인물 시리즈 5번째로 소설가 김동리와 박경리 우표를 발행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6월 27일 현대 한국인물 시리즈 5번째로 소설가 김동리와 박경리 우표를 발행했다.

2013년에는 스포츠계의 야구인 장효조와 최동원, 2014년에는 문화계의 민족시인 한용운, 이육사, 그리고 윤동주, 2015년에는 경제계 인물 이병철과 정주영, 지난해에는 종교계 인물 성철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을 우표로 발행했다. 이번에 발행한 우표 디자인은 한국문학사의 한 획을 긋는 대문호의 생전 모습과 함께 그들이 남긴 명언을 담았다. 김동리 우표에는 ‘순수문학의 본질은 언제나 휴머니즘이 기조가 되는 것이다’, 박경리 우표에는 ‘생명은 아픔이요 사랑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은 “두 작가의 우표 발행을 계기로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현대문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소설가는 잘 알려진 ‘생명주의’ 작가다. 김동리는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토대로 끊임없이 인간의 구원을 갈구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에게 생명을 길러내는 부활의 터전은 민족, 고향, 역사, 그리고 신화와 종교였다. <역마>(1948)는 역마살이 낀 장돌뱅이 ‘성기’를 통해 운명에 순응함으로써 구원 받는 한 인간을 그린다. <등신불>(1963)은 소신공양을 하는 ‘만적 스님’을 통한 인간의 번민을 종교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까치소리>(1966)는 6·25 한국전쟁의 참전용사 ‘봉이’의 기구한 운명과 파국을 이용해 작가의 숙명론을 보여준다. 하나같이 인간이 안고 살 수밖에 없는 갖가지 운명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무속신앙과 외래종교의 갈등이 빚은 혈육상잔을 그린 <무녀도>(1947)와 문둥병에 걸린 ‘술이 어머니’의 비원과 절망을 절절하게 표현한 <바위>(1973)도 마찬가지다. 이들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일제강점과 한국전쟁과 같은 시대적 아픔, 철학 없는 성장이 낳은 물질만능의 폐단 속에서 병들어 가는 인간 가치의 회복이다. 그가 이들 작품에서 강조했던 인간애과 생명존중은 그가 꿈꾸던 세상이다.

박경리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생전에 생명에 대해 “의식과 의지로 자기의 삶을 영위하는 능동성”이라고 말했다. 마치 풀 한 포기도 햇살과 물길에 의지하는 것처럼. 그 같은 능동성이 가장 잘 그려진 작품이 대하소설 <토지>임은 누구나 다 안다. 이 소설은 민족의 한과 역사를 깊이 있게 다룬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작품 속 주요 등장인물만 무려 3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삶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척박한 환경과 각박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악착같이 살아남으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동학농민혁명부터 광복 때까지의 인간군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삶은 역사를 뛰어넘어 한민족의 삶이 된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으면 한 시대의 민중역사를 읽는 게 아니라 민중역사의 전부를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다. <토지>는 문학의 지평을 넓혔음은 물론 우리 시대정신을 일깨웠다. 한 평론가는 <토지>를 “대중의 전설이자 광복 이후 한국문학이 거둔 최대의 수확”이라고 평했다.

이 작품 속에는 박경리 작가의 인생이 들어 있다. 집필기간만 26년(1969~1994년)이다. 집필 중인 1971년에 유방암 수술도 받았다. 붕대로 수술환부를 칭칭 감은 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탈고한 원고지만 4만여장이라고 한다. 그는 <토지> 이외에도 <전도>, <불신시대>, <암흑시대>, <표류도>, <김약국의 딸들>, <너와 나만의 시간>, <시장과 전장>, <파시>, <성녀와 마녀>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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