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 국회가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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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 국회가 나서라

입력 2017.06.26 18:38

이제 국회는 2016년 8~10월에 반쪽짜리로 그쳤던 국정조사와 청문회의 나머지 절반을 채워야 합니다. 엉터리 정부의 엉터리 피해대책을 물리고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지난 6월 5일 청와대 앞 분수대 근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낭독이 끝날 때마다 문 대통령의 가면을 쓴 참석자가 낭독자를 안아주고 절을 하는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 강윤중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지난 6월 5일 청와대 앞 분수대 근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낭독이 끝날 때마다 문 대통령의 가면을 쓴 참석자가 낭독자를 안아주고 절을 하는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 강윤중 기자

나라가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대선공약으로 재조사와 진상규명을 약속한 바 있고, 취임 후인 6월 5일 환경의 날에 사과, 진상규명과 지원 확대, 재발방지대책, 피해자 직접 만남의 네 가지를 준비할 것을 지시함으로써 이날 피해자들이 전한 편지에 화답했습니다. 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날 환경의 날 오후에 국회를 찾아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이제 여건이 됐으니 반드시 제대로 문제를 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올해 8월 31일이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7년이 됩니다. 이제 국회는 2016년 8~10월에 반쪽짜리로 그쳤던 국정조사와 청문회의 나머지 절반을 채워야 합니다. 엉터리 정부의 엉터리 피해대책을 물리고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제안합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설치 재수사해야
첫째, 무엇보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한 시각으로, 이 일을 참사 및 국가재난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문제를 기록한 책 <빼앗긴 숨>의 저자 안종주 박사는 “6월 5일 환경의 날에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는 발언을 전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고’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인식 부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 박사는 또 2014년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펴낸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사건 백서’라는 이름에서도 “’건강피해’라는 말에서 사망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사건이라는 말도 가치가 들어 있지 않은 용어다. 실체를 온전히 드러내지 않으려 한 태도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고 6월 초 한 칼럼에서 말했습니다. 매우 예리하고 꼭 필요한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고되지 않은 수많은 피해자 찾아내야
둘째,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입니다. 국가가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실패했고, 조기에 피해 발생을 파악하지 못해 18년간이나 피해가 확대되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2011년 정부의 역학조사로 알게 된 이후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해 사실상 피해대책을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고, 피해자의 아픔을 악화시켰습니다. 환경부, 보건복지부, 산업부, 공정위, 감사원, 검찰과 기재부, 공정위 등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처들은 하나같이 책임을 외면하고 발뺌하기에 급급했고, 지금까지도 그런 기류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기재부가 고집하는 구상권에 얽매여 판정기준마저도 왜곡되어 판정받은 70%의 피해자들이 피해자가 아닌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작년에 피해자 모임과 시민단체들이 세 번이나 감사청구를 했지만 감사원이 모두 거부했는데 새 정부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가의 사과와 함께 범정부대책본부가 꾸려지고 핵심 부처 관계자들이 모여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 문제를 해결하는 마스터플랜을 짜야 합니다.

[‘엄마, 숨이 안 쉬어져’](42)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 국회가 나서라

셋째, 검찰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강도 높은 재수사를 해야 합니다. 사건 발생 이후 5년 넘게 방치하면서 옥시를 비롯한 제조판매사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증거를 조작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사실상 검찰이 방조를 한 셈입니다. 2016년 초에 수사를 시작했지만 옥시의 외국인 사장과 임원, 그리고 영국 본사에 대해서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았고, 결국 ‘어린이에게도 안심’이라는 광고문구를 추가해 수많은 어린이 피해를 낳은 존 리라는 미국 국적의 사장은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습니다. 거라브 제인이라는 이름의 외국인 사장은 검찰의 수사협조 요청에 ‘한국말을 모른다’며 국회 청문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또 1994년 최초의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고 판매해 가습기 살균제라는 판도라 상자를 열었고, 이후 18년 동안 전체 제품의 90% 이상에 살균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에 대해서도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고 면죄부를 준 것도 검찰이었습니다. 판매량이 많은 순서로 볼 때 옥시싹싹 415만개, 애경 가습기메이트 165만개, 이마트 PB 35만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팔린 제품이 홈플러스 PB 30만개입니다. 이 홈플러스 제품이 실제 판매된 2005년부터 2011년 사이에 홈플러스를 소유하고 운영했던 기업이 삼성그룹의 삼성물산과 영국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 기업인 테스코였습니다. 2011년 전후로 삼성은 홈플러스를 매각했는데 이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삼성은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고 검찰도 삼성은 손도 안 댔습니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홈플러스 PB제품의 판매기간 동안의 홈플러스 등기임원인 삼성물산 측 책임자 6명을 검찰에 직접 고발했는데도 말입니다.

넷째,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합니다. 신고되지 않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를 찾아내야 합니다. 대규모 집단 살인사건이 발생해 범인을 잡았는데 정작 그동안 희생된 수많은 피해자들에 대한 파악과 조사는 하지도 않고 수사를 종결한 상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6월 14일까지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모두 5628명입니다. 이 중 사망자는 무려 1197명입니다. 5월 26일에 고려대와 연세대에서 각각 열린 한국환경보건학회와 한국환경독성보건학회의 학술대회에서 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이경무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특성과 피해규모’라는 제목으로 정부의 용역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인구는 약 350만~400만명이고, 이 중 건강피해를 경험한 인구는 약 40만~50만명이랍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후에 나타난 건강피해로 병원에 가야 했던 사람은 약 20만~30만명이었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기 전에 있던 기존 질병이 가습기 살균제 노출 이후 악화되어 병원을 가야 했던 사람도 10만~20만명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환경부가 폐 이외 질환에 대한 관련성을 조사하기 위해 학회에 의뢰한 용역의 일환입니다. 정부 조사결과인 것입니다. 이 조사결과는 최근까지 신고된 피해자 5628명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 이후 병원에 갔던 피해자 30만~50만명의 1.1~1.9%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빙산의 일각만 물 위로 드러나 있는 것입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후에 병원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근거가 분명한 피해자들이고 새 정부는 이들 피해자를 최대한 찾아내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섯째, 의학적 한계에 갇혀 있는 기존의 판정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제조판매사들에게 입증책임을 물어 폭넓게 피해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1∼2단계는 피해자이고 3∼4단계는 피해자가 아니라는 어처구니없는 정부 대책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 7년 동안 일부 폐손상만을 인정기준으로 고집하다 올해 초 일부 태아 피해를 인정범위에 포함했고, 최근에 천식을 포함하기로 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 중입니다. 천식을 포함하기로 하는 데 무려 1년이 걸렸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건강피해가 모두 밝혀지는 데 몇십 년이 걸릴지 모를 일입니다.

[‘엄마, 숨이 안 쉬어져’](42)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 국회가 나서라

이와 관련해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임종한 교수의 ‘전신피해를 포함한 개념인 가습기 살균제 증후군’ 제안은 매우 적극적으로 수용되어야 합니다. 임 교수의 제안은 정부의 전문가위원회에서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증후군’의 개념도 기본적으로 하나 하나의 질병단위로 접근하는 것이어서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고, 건강피해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갖습니다. 훨씬 전향적인 시각과 방법으로 질병별 인정범위를 확대함과 동시에 노출 중심의 피해자 인정 접근이 필요합니다. 즉 제품 사용 이후 병원치료를 받은 경우는 의학적으로 명백하거나 제조사 측의 근거 있는 반대증거를 제외하고 모두 피해자 범주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사용자의 피해입증에만 매달렸던 방식을 벗어나 가해자 측에도 입증책임을 부여해야 합니다.

가해자 측에도 피해 입증책임 부여해야
여섯째,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들 스스로 자사제품 피해자를 찾아내고 모든 사용자와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대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살인기업이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는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구매한 모든 사용자들을 찾아내 관련 사실을 알리고 피해대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부의 나몰라라 하는 식의 방조 속에서 제조사들에 부여된 면죄부는 이제 거두어져야 합니다. 환경부가 환경보건학회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90%의 소비자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대형할인마트에서 구입했다고 합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입니다. 그렇다면 오래전의 구매라도 기록을 통해 확인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제라도 이들 기업은 제품 판매기록을 정부에 제출해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합니다.

일곱째, 개혁적인 화학물질과 제품 안전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국민들은 불안한 심정으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해결과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렇게 한다고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 말입니다. ‘노 데이터 노 마켓’(No Data No Marke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품이 안전하다는 데이터 즉 근거가 없으면 마켓 즉 판매할 시장도 없다는 뜻이죠. 가습기 살균제는 유럽의 거대한 다국적기업들과 국내의 손꼽히는 재벌들이 만들고 팔았지만 제품에 대한 안전 데이터 없이 판매했습니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모든 생활화학제품은 이 원칙을 적용해 출시 전에 안전조사를 거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스프레이 제품에 대해서 반드시 호흡독성 안전시험을 거치도록 빨리 의무화해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도와온 여러 시민들의 청원과 호소와 활동이 새 정부의 전향적인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정책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수천 수만명의 영유아와 산모 그리고 노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반드시 생활화학제품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로 거듭나야 합니다. 문제인 정부가 꼭 이루어야 하는 과제입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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