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박열 (Anarchist from Colony)
제작연도 2017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29분
장르 드라마
감독 이준익
출연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권율, 민진웅
개봉 2017년 6월 28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언제부턴가 트릴로지(Trilogy·3부작)라는 단어로 연계성을 부여하며 작품이나 관련인물의 이미지를 보강하는 모습들이 유행처럼 번졌다. 국내 감독들 중 이준익 감독의 영화들에 관한 언급에는 유독 3부작이라는 표현이 많이 눈에 띈다. <황산벌>(2003), <왕의 남자>(2005), <평양성>(2011)을 역사극 3부작, <라디오 스타>(2006), <즐거운 인생>(2007), <님은 먼 곳에>(2008)를 음악영화 3부작이라 언급한다. 다른 시각에선 <왕의 남자>
(2005), <사도>(2015), <동주>를 시대극 3부작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애초부터 연작으로 기획된 영화들이 아니니 이런 식의 계통 구분은 사실 근거가 없지만, 그만큼 그의 영화들이 유난히 일관되게 유지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방증으로 이해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작년 호평을 이끌어냈던 <동주> 개봉 이후 모 언론은 이준익 감독이 다음 영화로 SF 작품과 <동주>와 같은 저예산 영화 등을 준비 중인데, 아마 차기작은 SF 영화가 유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부지런히 먼저 선보인 작품은 ‘<동주>와 같은 저예산’ 영화가 됐다.
감독이 처음 박열이라는 인물에 매료된 것은 벌써 20년 전 일이다. 아직은 열기가 가시지 않았던 홍콩 르와르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는 영화 <아나키스트>(2000)를 제작할 당시 시나리오와 관련된 자료들을 조사하던 과정에서였다. 1919년 3·1운동을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겪으며 일제의 폭압에 분노를 느끼고 도쿄로 건너가 유럽의 혁명정신에서 영향을 받은 아나키즘에 사로잡혔던 박열의 강렬한 삶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작품들의 대부분이 독립운동가의 투쟁정신과 그들의 진지한 자세를 다루거나 최근 많은 관객을 모은 <암살>, <밀정>처럼 시대적 상황을 활용한 스펙터클한 액션물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영화 <박열>은 인물 자체에 최대한 집중하려 노력했다. 그래서 이준익 감독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했던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연출을 시도했다고 한다.
박열 스스로가 아나키스트로서 탈국가·탈민족적인 인간 본연의 온전한 삶을 가치관으로 주장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선과 악의 이분법적 자세로 소재를 다루지 않도록 힘썼고, 시대에 따라 달라 보일지언정 결국 역사를 관통해 변함없이 존재하는 젊은이들의 순수한 신념을 주제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영화 <박열>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부분은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특히 유사한 시대와 공간을 다뤘던 전작 <동주>에서도 활약했던 배우들의 선전이 크게 눈에 띈다. 먼저 일본 내각의 악행을 주도하는 중심인물인 내무대신 미즈노 렌타로 역을 맡은 김인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동주>에서 윤동주를 취조하는 고등계 형사 역을 맡았던 그는 <암살>, <아가씨>, <덕혜공주> 같은 작품에도 출연했는데, 재일교포 3세 출신인 덕에 일본인 역할을 주로 맡아 왔다.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최희서의 연기와 존재감은 작품 전체를 압도하는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능숙한 일본어와 감정연기로 박열의 연인이자 동지였던 한 여인을 재연 이상의 열연으로 환생시킨다. 그녀 역시 그동안 독립영화와 TV드라마를 통해 꾸준히 연기를 펼쳐 왔던 터라 이 작품을 통한 새삼스런 발견이 더욱 반갑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