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1949~ )
대방동 구불구불 옛 골목길 문화이발관이 아직 거기 있네
흰 수건을 탁탁 빨아 새하얗게 걸어놓은 집
아침이면 물 뿌린 거기로 제일 먼저 따스한 햇살이 모이고
저녁이면 금성라디오가 잔잔히 흘러나오던 곳
동네 처녀들 알전구 환한 불빛을 피해 숨어 다녔지
공군회관에선 한때 춤으로 날렸다나
얽은 얼굴이지만 백구두에 씩씩한 맘보바지, 바지런한 손
말할 때마다 거울 속에서 쫑긋쫑긋 웃는 선량한 귀
밤꽃 향기 아래 굵은 팔뚝이 자랑이던 우리들의 영웅
그 짙은 포마드 향기는 다 어디로 갔나
이제는 하얀 중늙은이가 되어
옛 철봉대 아래 그윽이 웃고 있네
문화이발관
대도시 어느 골목에 기계가 아닌 ‘가위질’을 고수하는 이발관이 있다. 이곳에선 아직 면도를 옛날 방식으로 하고, 이 방식을 찾아 사람들이 멀리서 찾아온다. 비누거품을 내서 바르고, 면도해서 신문지에 거품을 걷어내야 비로소 면도한 것 같다는 사람들은 대개 ‘하얀 중늙은이’이다. ‘가위질을 해야 층이 없다’는 주인장은 60년째 ‘가위질 이발’을 하면서 자신처럼 나이든 사람들로 이 일이 끝날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집도 ‘흰 수건을 탁탁 빨아 새하얗게 걸어놓’았다. ‘밤꽃 향기’가 한창인 요즘, 수많은 ‘문화이발관’의 안부가 궁금하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