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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먹습니다

입력 2017.06.05 19:00

윤이산(1961~ )

또록또록 야무지게도 영근 것을 삶아놓으니
해토解土처럼 팍신해, 촉감으로 먹습니다
서로 관련 있는 것끼리 선으로 연결하듯
내 몸과 맞대어 보고 비교 분석하며 먹습니다
감자는 배꼽이 여럿이구나, 관찰하며 먹습니다
그 배꼽이 눈이기도 하구나, 신기해 하며 먹습니다
호미에 쪼일 때마다 눈이 더 많아야겠다고
땅 속에서 캄캄하게 울었을,
길을 찾느라 여럿으로 발달한 눈들을 짚어가며 먹습니다
용불용설도 감자가 낳은 학설일 거라, 억측하며 먹습니다
나 혼자의 생각이니 다 동의할 필요는 없겠지만
옹심이 속에 깡다구가 들었다는 건
반죽해 본 손들은 다 알겠지요
오직 당신을 따르겠다*는 그 일념만으로
안데스 산맥에서 이 식탁까지 달려왔을 감자의
줄기를 당기고 당기고 끝까지 당겨보면
열세 남매의 골병든 바우 엄마, 내 탯줄을 만날 것도 같아
보라 감자꽃이 슬퍼 보인 건 그 때문이었구나,
쓸쓸에 간 맞추느라 타박타박 떨어지는
눈물을 먹습니다
*감자꽃의 꽃말

감자꽃이 한창입니다. 보라꽃 하얀꽃, 예쁘지만 따줘야 합니다. 흙 속에서 말갛게 얼굴을 내민 감자가 둥글둥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합니다. 시인은 ‘호미에 쪼일 때마다 눈이 더 많아야겠다고 땅 속에서 캄캄하게 울었을’ ‘길을 찾느라 여럿으로 발달한 눈들을 짚어가며 먹’는다고 합니다. ‘감자는 배꼽이 여럿이구나, 관찰하며 먹습니다.’ 냄비에 설탕과 소금을 탄 물에 감자를 넣고 쪄먹습니다. 살짝 넣은 소금이 단맛을 더해줍니다. 감자가 이 식탁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베어 먹으면, 감자를 함께 먹었던 식구들이 생각납니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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