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목 원더우먼
원제 Wonder Woman
감독 패티 젠킨스
주연 갤 가돗, 크리스 파인, 로빈 라이트, 대니 휴스턴, 코니 닐슨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41분
개봉 2017년 5월 31일
그녀는 난데없이 등장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 편에. 그녀? 원더우먼이다. TV 방영 연속 만화영화 <슈퍼특공대>를 통해 이미 ‘하늘을 나는’ 그녀가 등장할 걸 미리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설명 없이 이 ‘동맹(League)’에 훅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그녀. 갤 가돗. 왜 그녀가 원더우먼에? 앞의 <배트맨 대 슈퍼맨> 개봉 직후 한 장의 캡처사진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녀와 그녀의 딸이 눈을 가리고 있는 사진. 영화 개봉 2년 전 그녀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었다. 그녀는 이 사진을 올리면서 이렇게 썼다. “내 사랑과 기도를 이스라엘 시민에게 보냅니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 뒤에 숨어서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는 하마스에 맞서 조국을 지키는 위험을 무릅쓰는 소년과 소녀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 게시글의 해시태그는 ‘#우리가옳다 #가자를하마스로부터자유롭게’ 등이었다.
우리, 그러니까 이스라엘이 옳았는가. 두 번에 걸친 인티파타(봉기) 이후 팔레스타인 분쟁의 일차적 가해자는 이스라엘이었다.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있는 ‘하마스’를 비판하기 전에, 거대한 분리장벽으로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이스라엘 당국의 팔레스타인 말살 정책을 우선 말해야 한다. 게다가 갤 가돗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하루 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유엔 학교를 정밀 폭격했다. ‘시오니스트’인 그녀에게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슈퍼영웅의 역할을 맡기는 것은 과연 옳은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영화 <원더우먼>이 흥미로운 지점은 그런 갤 가돗을 둘러싼 논란을 영화의 시놉시스 단계부터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원더우먼>은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코믹스의 주인공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에 개봉한 <원더우먼>은 선과 악의 구도가 애매한 1차 대전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그녀, 원더우먼이자 제우스와 히폴리타의 딸인 ‘데미스키라’의 다이애나는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존재다. 아마존의 바닷가에 불시착한 비행기. 미국인 스티브는 독일군에 잠입한 영국 스파이다. 다이애나는 ‘모든 것을 끝내버릴 전쟁’으로 인류가 멸절될 위험에 싸였다고 생각해 인간계로 넘어간다. 그녀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전쟁의 신 ‘아레스’가 조종하는 것으로 보고, ‘갓킬러’로 아레스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독일의 루덴돌프 장군을 처치하면 전쟁은 끝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과연 그랬을까.
다이애나가 영국을 선의 편으로, 그에 맞선 독일을 악의 세력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여기서 다시 현실의 갤 가돗으로 돌아가보자. ‘미스 이스라엘’ 이전 그녀는 군인이었다. 그녀의 ‘제한된 세계’에서는 원인과 결과의 악무한적 연쇄고리에서 일부만 볼 수밖에 없다. 하마스의 테러로 희생되는 이스라엘 민간인, 소년 소녀들이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인가. 확실한 것은 희생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고한 희생자를 만드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한 사람의 ‘의도’가 그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아돌프 히틀러라는 절대 ‘악인’이 존재하는 2차 세계대전보다는 상황이 선한 의지를 압도하는 1차 세계대전을 영화가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로 보인다. 영화 속 원더우먼처럼, 그 역을 맡은 갤 가돗도 깨달았을까. 11월엔 후속편 <저스티스 리그>가 개봉한다. 마침내 ‘수중의 왕자’ 아쿠아맨도 동참해 동맹이 완성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