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경제]<미스 슬로운>-이해관계 따라 친구이자 적인 ‘프레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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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경제]<미스 슬로운>-이해관계 따라 친구이자 적인 ‘프레너미’

입력 2017.05.08 17:24

“로비스트는 통찰력이 있어야 해요.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한 뒤 대책을 찾아야 해요. 승자는 상대보다 한 발자국 앞서서 회심의 한 방을 날려야 해요. 상대를 놀라게 만들되 상대에게 놀라선 안돼요.”

청문회장에 선 로비스트 미스 슬로운이 청문위원장에게 ‘로비스트’에 대해 또박또박 설명한다. 로비스트의 세계는 치열하다. 한 판 게임에 수천억 원이 오간다. 워낙 막대한 성공보수가 기다리니 승리를 위해서라면 불법의 유혹을 뿌리치기도 힘들다. 영원한 친구도, 적도 있을 수 없다. 때론 사랑도 전략게임의 도구가 된다.

존 매든 감독은 영화 <미스 슬로운>에서 미국식 로비스트의 세계를 완벽히 재현해 냈다. 워싱턴 DC 최고의 로비회사에 소속된 미스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 분)은 자기가 맡은 사건은 모두 승리하는 완벽한 여성 로비스트다. 각성제로 잠을 물리쳐가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계략을 세운다. 성적 욕구조차 승리의 압박감을 벗어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영화속 경제]-이해관계 따라 친구이자 적인 ‘프레너미’

어느 날 거물 정치인들이 총기규제법안인 ‘히튼-해리스법’을 저지시켜 줄 것을 슬로운에게 의뢰한다. 슬로운은 거부하지만 회사는 받아들인다. 회사를 박차고 나온 슬로운은 작은 로비회사로 이직해 법 통과를 위해 싸운다. 싸움은 쉽지 않다. 총기 휴대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거물 정치인과 거대 로비스트 회사는 슬로운의 불법행위를 찾아내 청문회장에 세운다.

슬로운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철의 여인이다. 자신이 세운 전략을 누구와 상의하는 법이 없다. 필요하다면 자신 팀원의 희생도 마다 않는다. 승리는 가까워진다. 주변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나 적으로 돌아선다. 하지만 최종의 목표가 같기에 다시 동지가 된다. 기업경영이 딱 그렇다. 기업의 성패를 위해서는 때론 친구면서 때론 적이 된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전략적 협력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경쟁을 하는 관계를 프레너미(frienemy)라고 부른다. 친구를 뜻하는 ‘프렌드(friend)’와 적을 뜻하는 ‘에너미(enemy)’의 합성어다.

삼성과 구글의 관계를 보자.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자 삼성과 구글은 전략적 협력관계를 결성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애플이 독자개발한 단말기와 운영체제 iOS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삼성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채택했고, 구글은 삼성의 갤럭시에 안드로이드를 공급해 각각 시장점유율을 키웠다. 이후 삼성전자는 인텔과 함께 독자적인 운영체제인 ‘타이젠’ 개발에 나섰고,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해 스마트폰 ‘아라’의 개발에 뛰어들었다.

삼성과 애플도 프레너미다.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갤럭시 시리즈는 아이폰과 경쟁을 하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3사와 네이버 등 토종 IT기업들의 연대도 눈길을 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맥을 못춘 토종 IT기업들이 연대해 ‘원스토어’라는 앱마켓을 만들었다.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TV, 스마트폰, 스마트카 등 다양한 융합산업이 발달하면서 프레너미 현상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프레너미 관계는 ‘코피티션’이라는 새로운 경영형태도 만들어냈다. 코피티션은 협동(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로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관계를 말한다. 예일대 배리 네일버프와 하버드대 애덤 브란덴버거 교수가 제안한 비즈니스 전략이다. 고객, 납품업자, 경쟁자 등 사업에 연결된 수많은 주체들은 경쟁자가 되기도, 협력자가 되기도 하지만 상대와 협력할 때 최대의 수확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슬로운이 따르는 좌우명은 ‘신념 있는 로비스트는 자신의 승리만을 믿지 않는다’다. 승리하지 않고도 이기는 법이 있을까. 영화 속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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