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미녀와 야수>가 세상에 선을 보인 것은 1991년이었다.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받았고,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미녀와 야수>는 흥행에도 성공해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수익 1억 달러를 넘긴 첫 애니메이션이 됐다.
그 <미녀와 야수>가 26년 만에 실사영화로 다시 개봉됐다. 1991년도 판을 그대로 옮겼다고 해도 무방하다. 장면 하나하나를 뜯어보며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비교해보는 맛이 쏠쏠할 정도다.
배경은 프랑스의 어느 성이다. 왕은 무도회에 찾아온 노파를 무시했다가 야수로 변하는 마법에 빠진다. 마법에서 풀려나려면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이 키스를 해줘야 한다. 단 병 속에 있는 한 송이 장미의 꽃잎이 모두 떨어지기 전이어야 한다.
프로방스 어느 작은 마을에는 벨(엠마 왓슨 분)이라는 여성이 산다.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으러 나섰던 벨은 아버지 대신 야수(댄 스티븐스 분)가 지키는 성에 갇힌다. 야수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벨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다. 하지만 벨을 사모하던 개스톤은 마을사람들과 함께 야수를 죽이러 떠난다.
마을사람들은 처음에 야수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벨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 마법의 거울로 야수를 보여준다. 보기 흉하고 무섭게 생긴 야수를 본 마을사람들은 두려움에 빠진다. 벨이 “야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해도 먹히지 않는다.
야수를 보면서 마을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심은 ‘재귀성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재귀성 이론이란 어떤 대상과 상황에 대한 객관적 지식인 ‘인지기능’과 어떤 대상과 상황을 자신의 생각대로 바꾸는 ‘조작기능’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며 계속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현상은 극한 단계에 이르러서야 다시 정상화된다. 재귀성 이론은 ‘인간이 결코 합리적이지 않으며 감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로 귀결될 수 있다.
‘야수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이성이다. 야수의 모습을 본 순간 감성은 ‘야수는 위험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런데 야수는 마을에서 멀지 않은 숲에 있다고 이성이 말한다. 이성의 인지를 받은 감성은 ‘그러면 나를 공격할 수 있다’로 확대된다. ‘이성→감성→이성→감성’이 돌아가며 영향을 미치면서 야수는 당장 제거하지 않으면 안되는 매우 위험한 존재로 변해간다. “야수가 우리 아이들을 잡아먹을지 모른다”는 개스톤의 말 한마디에 마을사람들이 마녀사냥에 동참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재귀성 이론이 잘 먹히는 곳이 증권시장이다. 주가는 객관적 가치뿐 아니라 편견도 작용된다. 주식시장은 기업의 수익이나 경기 전망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지배적 편견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투자자들의 편향된 생각은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투자자는 실제 가치보다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투자한다. 현실과 편견의 간극은 계속 커지다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때 그제야 멈춘다. 그 지점이 버블 혹은 공황이다. 이런 과정을 잘 이해해 미연에 버블이나 공황을 예측할 수 있다면 투자자는 큰 돈을 벌 수 있다. 재귀성 이론은 조지 소로스의 투자철학이다.
금융위기가 딱 그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공포에 빠졌다. 공포는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확대됐다. 특히 신흥국은 ‘안전하지 않은 시장’이라는 편견 때문에 별다른 사고를 치지 않고도 주가가 폭락했다. 재귀성 이론의 반대가 효율적 시장 가설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란 시장은 모든 내부 정보를 가장 잘 반영해 합리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기업, 개인, 정부 등 경제주체는 감성 따위에 흔들리지 않고 지극히 이성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시장은 재귀성 이론의 지배를 받을까, 효율적 시장 가설의 지배를 받을까?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