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청의 승격.’
우정 전문가들의 연구단체인 선진우정포럼이 지난 4월 6일 ‘미래 환경 변화에 대비한 우정사업 핵심역량 제고방안’이라는 주제로 연 우정사업 발전방향 정책토론회의 화두였다. 우정사업본부의 우정청 승격의 대전제는 급변하는 기업 환경 변화다. 우정사업 운영의 대외적 독립성과 자율성이 결여된 상황에서 경영혁신은 언감생심이다. 다시 말하면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춘 정부기관이 될 때만이 우편사업 본연의 업무인 보편적 서비스 제공과 함께 공격적인 사업다각화를 통한 지속성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패널토론에 나선 이삼열 연세대 교수는 “우정사업본부가 공익성을 담보하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정책 결정 및 집행 권한을 확보하는 게 필수”라고 강조하면서 “지금보다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선 우정청 승격, 후 공사화 혹은 민영화를 주장했다. 서원석 행정연구원 부원장도 “외청기관화하는 게 체제전환 비용도 낮으며 실행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안으로 평가된다”고 거들었다.
사실 우정청 승격의 필요성은 차고도 넘친다. 가장 큰 이유는 우정사업본부의 위상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미래창조과학부)의 산하기관이다. 그만큼 독립성이 떨어진다. 미래부의 인가 없이는 다른 부처와 업무협의조차 할 수 없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시급을 요하는 우정사업본부의 당면한 과제는 널려 있다. 자동화와 정보화 역량 강화, 사업 다각화, 비용 절감, 집배업무 제도 개선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정사업본부의 독립 없이는 헤쳐나가기 어려운 숙제들이다.
‘2017 우정사업 발전방향 정책토론회’가 지난 4월 6일 오전 서울 중앙우체국에서 열려 미래 지속가능한 우정사업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왼쪽부터 이삼열 연세대학교 교수,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부원장, 이준서 동국대 교수, 박용성 단국대 교수, 권상원 우정노조 노사교섭처장 /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가 급속한 경제환경 변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공익성보다는 수익성에 치중해온 것도 미래부의 속성과 관계가 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전도도 밝지 않다. 인터넷과 SNS 발달로 인해 통상우편물은 현저히 감소했다. 우편사업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 적자규모도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2011년 439억원, 2012년 707억원, 2013년 246억원, 2014년 349억원, 2015년 553억원, 2016년 676억원). 우편사업의 적자를 벌충했던 금융사업 역시 성장이 정체되어 있다. 저금리 장기화, 저성장 지속, 금융시장의 포화와 민간기업과의 치열한 경쟁 등이 이유다. 거기다 정부기업이라는 한계 때문에 금융상품 개발도 만만치 않다. 수익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정청 승격은 생각만큼 용이하지 않다. 법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간판을 바꾸는 데 따르는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08년과 2010년, 2016년 조직개편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정작 우정사업본부의 경영합리화나 역량 강화보다는 우정사업본부라는 거대조직을 탐내는 정부 부처의 이해관계가 장애로 작용했다. 우정사업본부는 4만2000여명의 직원, 3500개의 우체국, 110조원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조차 보여주기 위한 생색내기에 그친 경우도 많았다.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운영방향에 따라 정부 조직 개편작업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날 선진우정포럼은 어떤 정부가 탄생하든 우정사업본부의 체제와 조직 개편은 보다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환기시킨 정책토론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