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경제]「재심」-ICT를 이용한 법률서비스 ‘리걸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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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경제]「재심」-ICT를 이용한 법률서비스 ‘리걸테크’

입력 2017.03.28 16:04

현실 이야기가 영화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가공된 이야기를 ‘팩션’이라고 한다. ‘팩션’은 ‘특정사건이나 인물과 상관이 없다’고 사전에 밝히지만 관객들이 어디 바보인가. 관객들은 되레 영화에 더 몰입한다. 영화 <재심>은 팩션 영화 흥행작의 계보를 잇는다. 배경은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다. 2000년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한 청소년이 진범으로 몰려 10년형을 살았지만 지난해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시놉시스는 이렇다. 준영은 명예와 부를 얻기 위해 변호사가 됐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찮다. 적은 수임에 빚만 잔뜩. 준영은 친구의 소개로 대형로펌에 들어간다. 로펌의 무료변론 행사에서 그는 기묘한 사건을 맞게 된다. 10여년 전 약촌오거리 사건의 진범, 현우의 어머니가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부탁한다. 현우를 직접 만나본 준영은 그가 진범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는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과 경찰은 사건 은폐에 나선다. 남아있는 증거는 적다. 준영은 정의감을 갖고 재심에 도전한다.

[영화속 경제]「재심」-ICT를 이용한 법률서비스 ‘리걸테크’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유능한 변호사는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많은 증거를 확보한다. 이같은 필요성이 ICT(정보통신기술)와 합쳐 리걸테크(Legaltech)를 만들어냈다. 리걸테크란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ICT를 이용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뜻한다. 금융과 ICT를 결합한 핀테크(FinTech)의 법률판이다. 리걸테크 분야로는 ▲필요한 법률정보를 얻는 법률 검색 ▲원하는 변호사를 찾기 위한 변호사 검색 ▲소송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전자증거개시 ▲승소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법률자문 및 전략 수립 등이 있다.

법률정보는 상대적으로 ICT와 결합이 느렸다. 사안이 천차만별이라 복잡했고, 의뢰인은 변호사와 대면해 의견을 나누고 싶어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빅데이터가 활성화되면서 법률분야도 더는 뒤처질 수 없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법률시장이 개방되면서 리걸테크의 중요성은더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리걸테크 스타트업 투자는 2011년 9100만 달러에서 2015년 2억9200만 달러로 4년간 3배가량 확대됐다. 리걸테크는 미국이 앞서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로스쿨의 법학교수들과 컴퓨터공학 교수들이 협업하는 ‘코드엑스(CodeX) 프로젝트 센터’를 설치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주디카타(Judicata), 렉스 마키나(Lex Machina), 어토니피(Attorney Fee) 등 수많은 리걸테크 기업들이 탄생했다.

현우의 어머니는 로펌의 무료법률상담을 통해서 간신히 변호사 준영을 소개받는다. 마을사람들이 “변호사가 이렇게 생겼느냐”며 몰려들 정도로 변호사는 서민들에게는 먼 존재다. 준영은 재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각종 정보를 손수 수집한다. 국가기록원에서 현우의 공소기록을 일일이 스마트폰으로 찍고, 약촌오거리 현장에서 살인까지 걸리는 시간을 직접 측정해 본다. 만약 리걸테크가 발달했더라면 현우의 어머니는 검색을 통해 손쉽게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준영은 리걸테크 기업에 맡겨 재심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전달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리걸테크는 법조계의 극심한 정보비대칭을 바로 잡을 수단으로 유용하다.

영화 속 준영은 ‘로펌이란 어떤 곳이냐’는 질문을 받자 “로펌은 법을 서비스하는 곳으로 변호사는 돈을 벌려고 이 일을 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변호사법 제2조는 ‘변호사란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이라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변호사법 제1조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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