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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업대량해고구조조정저지 울산지역대책위가 2월 13일 울산광역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의 회사 분할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제공

[표지이야기 02-이젠 재벌개혁이다]경영권 세습 ‘문턱’ 높인다

입력 2017.03.14 17:06

불법·편법 감시 강화 목소리 높아… 경영권 승계 규제 입법논의도 활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재벌들의 직계나 친족을 통한 경영권 승계작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의혹 등의 단초가 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벌들의 경영 세습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주요 재벌 기업 중 재벌 2~3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거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곳은 SK그룹과 롯데그룹 정도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승계작업이 아예 중단될 위기에 놓였고, 현대자동차는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타 기업들에 비해 더딘 상태다. LG·한화·한진 등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승계작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벌의 경영 승계는 정경유착 문제뿐만 아니라 ‘부의 불평등한 대물림’, ‘기업의 지속 가능성’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들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불·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막고, 그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차기 정권에서는 재벌들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받아야 할 법적 규제나 관련 비용 지출이 현재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산업대량해고구조조정저지 울산지역대책위가 2월 13일 울산광역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의 회사 분할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제공

조선산업대량해고구조조정저지 울산지역대책위가 2월 13일 울산광역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의 회사 분할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제공

기업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제한

CJ그룹은 6일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부장(32)을 상무대우로 승진시키는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경후 상무는 2011년 CJ주식회사의 기획팀 대리로 입사해 상품개발본부 등에서 근무하다가 4년 만인 2015년 3월 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다시 2년 만에 임원으로까지 초고속 승진하면서 전형적인 재벌 3세의 승계 코스를 밟고 있다. 이경후 상무의 남편인 정종환 미국지역본부 공동본부장(37)도 같은 날 상무대우로 함께 승진했다. 재계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건강 악화 문제 등을 들어 이번 인사를 경영 승계의 시발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벌기업들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가속도가 붙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5월 집계한 국내 50대 그룹 대주주 일가의 자산승계율은 평균 32.7%로, 5년 전인 2011년에 비해 4.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산승계율은 ‘총수 직계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가족 전체 자산 중 자녀들이 소유한 자산 비율’로, 낮을수록 그만큼 승계가 더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게이트에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얽히면서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기업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제한 등 지배구조 개선 관련 각종 규제법이 발의된 상태다. 기업의 인적분할은 재벌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애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경영권 승계도 지금보다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게이트 의혹이 한창 불거지던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과 크라운제과, 오리온, 매일유업 등이 회사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이유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낙후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할 목적으로 장려돼온 지주회사 체제전환도 재벌들이 편법 경영 승계 통로로 악용하면서 갈수록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

재계 서열 9위인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사업영역을 조선과 비조선 부문으로 나눠 총 6개 회사로 분할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 등은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작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10.2%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 중이지만,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34)의 그룹 지분은 617주(0.00081%)에 불과해 경영권 승계가 가장 더딘 기업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도 회사 분할의 최종 목적이 정 이사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정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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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도 논의

현대자동차그룹도 연내 경영권 승계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차의 경우 현대모비스가 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이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 6.96%를 보유해 그룹을 지배하는 데 비해 승계자인 정의선 부회장(47)은 현대모비스 지분이 하나도 없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23.3% 보유)인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여 자금을 마련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된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기아차 지분 매각을 통한 승계도 총수 일가의 지배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어 실현하기가 어렵다”며 “결과적으로 승계를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 관련 규제가 조금이라도 덜한 올해가 적기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후계구도를 논할 시점은 아니지만 LG, 한화, GS 등 재벌기업도 장기적으로는 승계 시점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하고 승계작업을 완료한 SK그룹 역시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전환 등 기업 구조 개편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빼더라도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재벌들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벌인 불법행위는 셀 수 없이 많다. 경제개혁연대가 2015년 대학교수, 민간 연구소 전문가 등 50명의 전문가집단을 대상으로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세습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한 결과 주요 재벌기업 승계권자 11명의 경영능력은 평균 35.79점(100점 만점)에 그쳤고, 이들 11명의 재산증식 정당성 점수는 평균 2.74점(10점 만점)으로 거의 바닥권이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경영권 승계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가장 먼저 도입이 거론되는 게 기업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당이나 의결권 부여를 제한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막는 방안이다. 현재는 인적분할을 할 경우 존속법인(모회사)이 보유한 자사주의 비율만큼 신설되는 사업회사(자회사)의 신주가 배당된다. 재벌들은 이렇게 해서 증식된 자사주에 기존 총수 일가 지분까지 활용해 손쉽게 사업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얘기도 이 같은 방식이 유력시된다.

기업 인적분할은 본래 사업구조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경영권 승계 창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최근엔 더 많다. 이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인적분할 시 기존 자사주에는 신주 배정을 못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인적분할로 확보된 기존 자사주의 신주 배당분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없애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발의한 상태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인적분할 시 존속법인이 보유한 자사주를 아예 소각토록 의무화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김성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모회사는 자기 돈으로 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해 지배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를 어기고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은 다른 소수주주의 지분을 낮추고 재벌 본인들의 지배력을 높이는 탈법적인 행위”라고 밝혔다.

총수 일가의 자산 증식과 승계 자녀의 지배력 확대 창구로 활용돼온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규제 강화가 논의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요건을 30% 이상으로 나름 강화했지만 삼성, 현대차 등 재벌들은 일부 지분 매각과 합병 등을 통해 지분요건을 충족해 규제를 회피했다. 이에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로 지분요건을 10% 이상으로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지분요건을 산정할 때 다른 계열회사와 관련된 간접지분까지 포함토록 하는 법안도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등이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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