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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변단체들 회비를 거둬라

입력 2017.03.14 11:10

  • 백철 기자

법정단체 자유총연맹은 매년 국고 지원을 받는다. 지난해 국회는 자총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국고 지원액을 기존 5억원에서 절반으로 줄였다. 하지만 자총은 국회의 지적을 무시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3·1절 친박집회에 10만명의 회원을 동원하겠다고 하더니, 집회 당일에는 김경재 회장이 “박근혜를 살리자”고 외치기까지 했다. 전국 지자체에서 자총 지역조직들에 10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인지, 국고 5억원은 자총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3월 1일 친박집회에 나온 자유총연맹 회원들의 모습. / 백철 기자

3월 1일 친박집회에 나온 자유총연맹 회원들의 모습. / 백철 기자

자총에 들어가는 전국 지자체의 보조금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예산안을 뒤지던 중 흥미로은 사실을 알게 됐다. 자총뿐만 아니라 재향군인회나 재향경우회 등 여러 관변단체의 지역조직도 지자체의 세금지원을 받고 있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민간협력 활성화’, ‘건전한 민간단체 육성’, ‘효율적 군정 홍보’ 등 다양한 명목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세금을 관변단체에 퍼주고 있다. 자총 지역조직에 1억원 넘게 지출한 기초단체도 있다. 사실상 세금으로 조직을 유지해온 관변단체 중 일부는 탄핵정국에서 노골적으로 친박집회에 참가해 목청을 높였다.

여러 지자체가 관변단체 예산 지원의 근거로 드는 법 조항은 지방재정법 17조다. 자총 등 관변단체들은 일반 시민단체와 달리 법으로 만들어진 조직이기에 우선으로 세금 지원 혜택을 받는다. 일반 시민단체는 심사를 통해 활동비만 받지만, 관변단체들은 활동비에 사무실 운영비까지 받는 특혜를 누린다. 관변단체 외에 지자체로부터 운영비까지 받는 곳은 복지시설 정도다.

세금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친박 성향이 아닌 사람들이 같이 낸 돈이 왜 친박 집회를 위해 쓰여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국가와 지자체가 관변단체에 보조금을 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방재정법이나 각 관변단체 근거법에 따르면 보조금 지원은 의무규정이 아니라 선택사항이다. 몇몇 관변단체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게 어제오늘이 아닌 만큼, 이들 단체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세금 지원은 즉시 중단되는 게 옳다.

관변단체들에도 주기적으로 국회에 불려가 질책받지 않고, 국가기관의 감사를 받지 않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단체 회원들에게 연간 1만원의 회비를 받는 것이다. 자유총연맹은 자신들의 회원이 350만명이라고 주장한다. 재향경우회도 회원수가 150만명이라고 한다. 회원들로부터 회비만 잘 거둬도 매년 수백억 원의 운영자금이 생긴다. 세금이 아닌 자체 회비만으로 정치집회에 참여해 태극기를 흔드는 게 좀 더 떳떳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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