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지나도 이들의 마음에는 어떤 변화도 없는 걸까?
친박의 한 국회의원이 며칠 전 기자에게 물었다. “헌재의 탄핵 판결에 대해 어떻게 예상하세요?” 기자는 되물었다. “의원님은 어떻게 보세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탄핵이 기각될 거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기자는 대답했다. “신문을 읽어보세요.”
친박 국회의원은 신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물었고, 기자는 일간지 기사에서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읽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제야 기자의 답변을 이해한 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국회의원은 탄핵 기각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원 56명 중 1인일 것으로 짐작된다. 자유한국당 56명의 의원이 탄원서 서명에 동참했다. 김진태·박대출·전희경 의원은 3월 7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 또는 각하시켜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56명 의원 전체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 초선의원의 보좌진은 “청와대나 박근혜 정부에 참여했던 의원들은 친박의원들의 집요한 요구에 시달렸고, 초선의원들에게는 몇 번씩이나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몇 번씩이나 전화가 오는데 견뎌낼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 이 보좌진의 설명이다. 한두 번은 ‘알았다’고 넘어갔지만 ‘명단에 보니 서명을 안 했다고 하더라’는 전화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의 현재 의석수는 94석이다. 이 중 56명의 의원들이 탄핵 기각 탄원서에 서명했으니 60%에 이른다. 자유한국당 과반의 의원이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당론으로 볼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의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탄원서는 개인들의 의견일 뿐 당론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회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바른정당의 정병국 대표는 “최순실 옹호당·비호당임을 자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곧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위부대이고 국정농단의 부역자들임을 다시 한 번 자인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탄핵투표를 반대했던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단체 인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56이라는 숫자가 경이롭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때 반대표가 56표였다. 당시 반대표 숫자가 3개월 뒤 탄핵 기각 탄원서 숫자로 등장한 것이다.
당시 국회에서는 234표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을 모두 합친 야권 성향 표는 172표로 계산됐다. 야권 성향 표에서 탄핵 반대가 없었을 경우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새누리당 의원은 60명으로 추산됐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새누리당 의원은 127명이었다. 절반가량이 탄핵에 찬성하고 절반가량이 탄핵에 반대한 셈이다.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은 대부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옮겼다.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들이 탄핵 기각 탄원서에 그대로 서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3개월 사이에 이들의 마음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던 것 같다. 친박 한 의원은 헌재의 인용 대 기각에 대해 8명의 재판관 판결을 놓고 “4대 4”로 봤다고 한다. 8대 0이라는 결과를 접하고 이들은 어떤 생각에 잠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