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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과 「주간경향」 보도

입력 2017.02.28 14:24

「주간경향」김정남 유럽코리아재단 보도에 대해 설명하는 일본 TV 화면. / 유튜브

「주간경향」김정남 유럽코리아재단 보도에 대해 설명하는 일본 TV 화면. / 유튜브

김정남의 피살 소식을 들은 것은 공교롭게도 휴가 이틀째 저녁이었다.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과 북을 잇는 비선이 김정남이었다’는 보도를 준비하며 국내외 전문가들을 접촉했다. 이들로부터 안위를 걱정하는 연락을 받았다. 혹시 기사와 이번 김정남 피살이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의 ‘스탠딩 오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왜, 하필이면 이 시점에 김정남이 피살되었는가라는 문제는 영구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잡힌 용의자들로부터 진술이 있더라도 그들은 결정과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 실행자(agent)일 뿐이기 때문이다.

김정남과 관련한 기사를 쓴 입장에서 후속보도들과 기사가 인용되는 것을 유심히 살펴봤다.

<주간경향>의 김정남 비선 보도는 국내외 주요 매체에서 인용됐다. 인상적인 것은 일본 측 매체다. 기자에게 제일 먼저 연락해 보도경위를 묻고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 연락해온 쪽은 일본 후지TV팀이었다.

지난해 10월쯤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 유튜브에서는 ‘일본반응채널’이라는 코너가 인기를 끌었다.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면 ‘아침마당’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국에서 게이트가 진행되는 과정을 3~4명의 패널과 함께 진단하는 내용에 한글자막을 입혀 소개하는 채널인데, 감탄하면서 보게 되는 것은 일본 측의 ‘정리력’이었다. 사건 초기, 이들이 가진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을 때는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때는 실소를 머금게 하는 묘사도 많았다. 이를테면 ‘최순실 무녀’와 같은 주장을 전달하며 일본 무녀 같은 연출화면을 내보내는 따위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독자적 취재를 담은 영상을 내보냈다. 최순실의 강남 신사동 빌딩 바로 옆 건물에 존재했던 고영태의 원룸에 대한 취재 같은 것이다.

김정남 피살 관련 보도에서도 정보력과 취재력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유는 뭘까. 일단 언론환경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 김정남 비선을 취재하면서 접촉한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 기자는 1958년생이다.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20년 넘게 북한 관련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개인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을 보면 최근에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관계까지 확장해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다.

시스템 문제도 있다. 김정남 피살 후 여러 언론사들이 말레이시아 현지에 취재기자를 보내고 있지만 대부분 국제부나 사회부 젊은 기자들이다. 이후 기사로 다 쓰지 못한 ‘고급정보’들은 이들의 취재수첩 한구석에서 잠들거나 기껏해야 ‘술자리 무용담’으로 소모될 운명이다. 한 번쯤 돌이켜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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