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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독립

입력 2017.02.07 14:54

  • 원희복 선임기자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손님들이 1인용 테이블에 앉아 있다. / 연합뉴스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손님들이 1인용 테이블에 앉아 있다. / 연합뉴스

서울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밀집해 있는 곳은 관악구 신림동과 봉천동 일대다. 서울대학생과 신림동 고시촌에서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이곳 1인 가구 중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과거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촌으로 유명했던 신림동에는 사법시험이 폐지 수순을 밟아오면서 공무원과 경찰,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그들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사라진 ‘사시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해 연말부터 촛불이 타오른 광화문광장 한편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며 손팻말을 든 그들을 찾을 수 있다.

사법시험이든 공무원시험이든 시험을 준비하는 1인 가구 청년들에게는 아직 완전한 독립이 오지 않았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는 있지만 독립생활이라 할 만큼 안정적이지 못하다. 공부할 시간을 쪼개고 쪼개 생활비를 벌러 알바를 하러 가도 수입은 최저임금에 고정돼 있다. 혼자만의 공간으로 주어진 영역은 다리를 뻗고 누울 자리뿐, 화장실도 부엌도 모두 공동으로 써야 하는 고시원이 독립의 첫발을 내디딘 청년들의 출발점이다. 그마저도 가족의 경제적 지원이 없으면 유지될 수 없고, 합격과 독립이라는 꿈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엄밀하게 측정하거나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직감을 통해 대략적으로 느껴지는 현상을 ‘센스 데이터(sense data)’라고 표현한다.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가설을 세우는 데는 유용한, ‘감’으로 받아들인 내용이다. 과거의 여느 대규모 시위와는 달리 이번 촛불정국이 펼쳐지는 광장에서 느낀 독특한 면이 ‘혼자 나온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인 필요 때문에 나온 것이지만 그만큼 절실한 문제라 광장으로 나왔다”며 손팻말을 든 한 사시생을 비롯해, 각자 저마다의 필요와 정의를 요구하며 광장을 메웠다. 이런 1인 가구의 민심이라면 대선에서도 하나의 흐름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주거와 일자리 등은 1인 가구가 겪는 대표적인 문제지만 비단 1인 가구나 청년층만의 문제는 아니다. 1인 가구가 늘고는 있지만 그들 다수가 부족한 일자리와 낮은 임금수준 탓에 독립생활의 경제적 기반이 위태위태하거나 아예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세대의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야 기성세대도 그들을 부양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땅 위에 세운 기둥이 홀로 튼튼하게 설 수 있으려면 기둥이 박힐 바닥이 충분히 단단하고, 기둥을 잇는 줄이 서로를 팽팽하게 묶어야 하는 법이다.

<김태훈 기자 wonh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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