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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법안 입법, 대선 전 털고 가나

입력 2017.02.07 11:30

야권, 공직선거·검찰개혁·경제민주화법안 등 이달 완수 별러…

새누리당·바른정당은 미온적

대선 전이냐 대선 이후냐. 야권은 2월 1일부터 시작된 2월 임시국회에서 개혁입법을 완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필두로 검찰개혁·경제민주화·언론개혁법안 등이 야권에서 내세우고 있는 개혁입법의 최우선 과제다. 헌법재판소가 3월이 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어 2월 임시국회는 사실상 대선 전 개혁입법을 처리할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개혁입법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새누리당은 물론 바른정당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통과 전망은 불투명하다.

야권은 현재의 국정 마비를 초래한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 촛불민심의 명령이라며 개혁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에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개혁입법 처리를 공언했지만 막상 올해 1월 임시국회가 열리자 각 당의 정치일정으로 개혁입법 논의는 뒷전이 됐다. 1월 한 달 동안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이 분당해 나왔고, 국민의당은 당 지도부를 선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에 비해 2월 임시국회는 각 정당들이 법안에만 집중할 수 있는 데다, 가시화되고 있는 조기 대선 전 개혁입법 처리의 마지노선이다. 때문에 정국 주도권을 놓고 격돌하는 정당들 간의 대선 전초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각 당의 찬반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임시국회 개회식에서 정세균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임시국회 개회식에서 정세균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언론개혁법안·세월호 특별법안 포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혁입법을 처리하기 위해 일찌감치 중점 처리법안을 선정했다. 민주당은 1월 10일 임시국회에서 추진할 개혁입법 우선법안 21개를 발표한 바 있다. 재벌 경영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강화할 수 있게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는 등의 재벌개혁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가 포함된 검찰개혁안, 공영방송 사장에 중립 인사를 임명하는 등의 언론개혁안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급여의 50% 이상으로 인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소득향상 3법, 국정교과서 금지법, 세월호 특별법 등도 포함됐다. 국민의당 역시 앞선 1월 8일 24개 중점처리 과제를 선정하면서 재벌개혁을 위한 경제민주화 법안, 언론개혁, 공수처 신설, 선거연령 18세 하향 등의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았다.

반면 새누리당은 노동 관련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박 대통령 탄핵 이전부터 줄곧 추진해온 경제활성화 법안을 중점 법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야당의 개혁입법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에서는 정치관계 법안을 가지고 개혁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검법이나 방송법, 선거법 등 야당이 과도한 입법을 물리적으로 추진하지 않도록 잘 기민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선거연령 하향에는 전향적인 입장이지만 그밖의 개혁입법 처리에 관한 당론은 정하지 않은 상태다. 바른정당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이점을 살려 유권자가 국회의원을 면직시킬 수 있는 국회의원 소환법, 육아휴직 3년법 등의 우선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야권의 172석에 개혁적 보수를 자임하는 바른정당의 32석을 합치면 204석으로, 신속처리 안건을 지정할 수 있는 요건인 재적의원 5분의 3을 넘길 수 있다. 2월 23일, 3월 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개혁법안들을 처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바른정당을 향해 개혁입법 처리에 동참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바른정당에서는 정병국 대표가 개혁입법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기 때문에 2월 국회 처리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의장이 하려는 개헌이나 정치개혁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정치개혁 작업이 더 속도를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른정당은 새누리당과 야권 중 어느 쪽의 손도 확실히 들어주지는 않고 있다. 새누리당이 밀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지만 노동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야권에 대해서도 확실한 방향을 밝히지 않았다. 바른정당의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18세 선거연령 하향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을 비롯해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은 정책의총을 통해 입장을 결정한 후 가능한 한 야3당과 공조해서 통과시킬 수 있게 하겠다”고만 밝힌 상태다.

새누리당의 반대가 강경한 선거연령 하향과 검찰·언론개혁 법안에 비해 비교적 통과 가능성이 높은 법안으로는 재벌개혁안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꼽힌다. 여야 4당은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상법 개정안 가운데 전자투표제 의무화 및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 및 전자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통과 가능성이 높은 법안으로 관측되고 있다.

개혁법안 입법, 대선 전 털고 가나

바른정당, 선거연령 하향에는 전향적

현행 국회선진화법으로는 과거의 날치기와 같은 법안 처리를 강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야의 입장이 갈리는 상황에서 1월 임시국회와 같은 ‘빈손 국회’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선진화법에 따르면 4당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법안 중에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현재까지 개혁입법 20여개 법 중에 4당이 온전하게 합의한 법은 하나도 없다”며 “4당 체제가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문제가 많은,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이상한 시스템”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때문에 야권에서 새누리당의 주요 추진 법안을 일부 수용하는 대신 개혁입법도 최대한 반영하는 쪽으로 요구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노동 4법 가운데에서는 파견법을 제외하고, 서비스발전법에서는 의료분야를 포함시키지 않는 선에서 야권도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비교적 저항이 적은 규제프리존법까지 통과시키되 개혁입법 중 상당수 법안 역시 관철시킨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바른정당이 개혁입법에 동참하겠다고 하더라도 새누리당을 고립시키면서까지 강경하게 개혁입법을 밀어붙이는 수준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서비스법 등에 대해서는 얼마간은 양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한 발짝씩 물러나서 개혁입법을 대선 전에 처리하는 대신 대선 이후에나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특히 야권이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차기 정권의 초기에 강한 개혁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기 때문에 각 대선주자들의 공약으로 남겨두는 것이 더 낫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국면이 3월 이후로 시작된다고 봤을 때 재벌·검찰·언론개혁 등 주요 개혁과제가 2월에 이미 처리되어 있으면 유권자의 기대도 반감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유력주자 진영 관계자는 “국회에서 개혁입법을 처리하는 것을 막을 이유도 없고 지연되더라도 야권의 주자들이 더 이득을 볼 부분은 없겠지만, 단지 공약을 이전보다 선명하게 내세우기 어려워져서 약간 김이 빠지는 정도의 결과는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원내 여야 구도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개혁입법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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