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공항철도 승차권을 구매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최근 친구들과의 단체 채팅방 화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이다. 30대 초반 남성들의 채팅방에서 반 전 총장은 희화화의 대상이다. 누군가 반 전 총장이 공항철도 발권기에 지폐 2장을 낑낑대며 넣는 사진을 올리자 다른 친구는 반 전 총장이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사진을 올렸다. “근사한 국제신사일 줄 알았는데, 전형적인 한국 할아버지네.”, “재산이 못해도 20억원은 넘는다는데, 돈이 없어서 입당한다니.” 채팅방의 메시지는 계속 올라갔다.
주변만의 의견일까 싶어 네티즌 반응을 살펴봤다. 국정농단 청문회 국면에서 집단지성의 상징처럼 떠오른 디씨인사이드 주식 갤러리(주갤)에 들어가봤다. 주갤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개념글 목록을 살펴봤다. 개념글의 대부분은 반 전 총장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제목과 댓글에 ‘ㅋㅋ’라고 적는 등 반 전 총장에 대한 냉소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나마 반 전 총장에게 우호적으로 보이는 ‘반기문 입국 후 업적 29가지’라는 글을 읽어 봤다. 귀국 후 인천공항에서 귀빈실을 이용하려다 거절당한 일, 편의점 ‘민생 탐방’ 도중 에비앙 생수를 고른 일 등을 반 전 총장의 업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여론조사 추이를 봐도 반 전 총장은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인물은 아니다. 20대에서의 지지율은 10%가 채 안 될 때도 많다.
반 전 총장이 젊은층의 냉소를 사는 원인은 반 전 총장 자신에게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가식을 혐오한다. 지하철을 타고 꽃동네 노인에게 죽을 먹여준 반 전 총장의 감성 행보는 ‘오글거리는 선비’ 취급을 받을 뿐이다. 젊은이들은 반 전 총장의 겉모습이 아니라 속에 있는 생각에 관심이 있다. 화려한 스펙을 갖고 금의환향한 70대 노신사는 돈이 없어 입당해야겠다는 말 외에 일주일이 넘도록 딱히 기억에 남는 메시지를 남기지 못했다. 착한 할아버지 느낌을 주려 애썼지만 곤란한 질문을 던진 취재진에겐 “나쁜놈들”이라며 화를 냈다.
반 전 총장 주변에는 친이명박(MB)계 인사 등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많다. 어떤 식으로 이미지 정치를 하더라도 내용이 보잘것없다면 젊은이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이다. 세간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반 전 총장의 ‘민생행보’가 계속된다면 그의 다음 행보는 무엇인가. MB가 좋아하던 오뎅인가, 국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