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경제]<라라랜드>-가난한 연인을 헤어지게 만든 ‘뷰카(VU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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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경제]<라라랜드>-가난한 연인을 헤어지게 만든 ‘뷰카(VUCA)’

입력 2017.01.24 16:58

어느 날 돌아보니 ‘열정’이라는 놈이 사라졌다. 한때 나를 뜨겁게 달궜던 그 감정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러다 어느 날 불덩이를 지닌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영화 속 미아(엠마 스톤 분)는 말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돼 있어. 자신이 잊은 것을 상기시켜주니까.”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라라랜드>는 일, 사랑, 어떤 것도 자신할 수 없었지만 열정으로 똘똘 뭉쳤던 청춘에 보내는 찬사다. <라라랜드(La-La Land)>는 LA다. LA는 곧 할리우드를 뜻한다. 할리우드는 꿈의 세계, 환상의 세계다. 그러니까 라라랜드는 비현실적인 세계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은 꿈이 있다. 정통 재즈 뮤지션들이 출연하는 전용클럽을 차려 재즈시대를 재현하고 싶다는 것이다. 영화배우 지망생인 미아는 할리우드 최고의 여배우를 꿈꾼다. 두 사람은 서로의 열정을 격려하고, 그 격려는 사랑으로 이어진다. 미아는 언젠가 세바스찬이 운영할 클럽의 이름 ‘Sebs’를 지어준다.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자기자신에 대한 희곡을 써보라고 한다. 현실은 녹록잖다. 가난한 피아니스트였던 세바스찬은 사랑을 위해 꿈을 버리기로 한다. 재즈 피아니스트를 포기하고 밴드의 키보드 연주자로 변신해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그런 세바스찬을 미아가 흔들어 깨운다. 실은 미아도 힘들다. 계속된 실패를 더는 견디기 어려워 배우를 포기한다. 고향으로 돌아간 미아를 다시 할리우드로 불러들이는 사람은 세바스찬이다.

[영화속 경제]-가난한 연인을 헤어지게 만든 ‘뷰카(VUCA)’

한 차례 갈등을 겪은 두 사람은 재회하지만 끝내 함께 가지 않는다. 세바스찬이 말한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두 사람은 왜 “함께 가자”는 말을 못했을까? 미아와 세바스찬은 가난한 예술가다. 그들 앞에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불안한 미래가 있다. 둘 앞에 펼쳐진 미래의 변동성과 불확실, 복잡함, 모호성은 둘을 연인으로 묶어주지만 결국은 헤어지는 원인이 된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뷰카(VUCA)’로 정의된다. 뷰카란 변동성(Volatile), 불확실(Uncertain), 복잡함(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통틀어 말하는 단어다. 1990년대 미 육군 대학원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즉각적이고 유동적인 대응 태세와 경각심이 요구되는 상황을 나타내는 군사용어였다. 그 의미가 확장돼 상황이 급변하고 변동성이 커 당장 내일도 예측하기 힘들어진 금융위기 이후 경제·사회적 상황을 일컫는 데 사용되기 시작했다. 뷰카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가 2015년 세계 경제 키워드로 선정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경영전문가들은 뷰카시대는 기존의 전략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며 강력한 기업혁신과 구조조정을 요구한다. 지금까지의 경험, 지식으로는 돌발적이고 불확실한 시대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조기 대선과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미국발 금리인상,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무역보복 등 올해는 대내외 환경에 ‘뷰카’가 유독 심하다.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불안정, 불확실, 복잡, 애매한 이른바 ‘뷰카’ 시대에서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창의 혁신 문화가 필수적”이라며 “스타트업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도입해 양방향 소통과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을 체질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열정이 뜨거운 것은 아직 미래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미래가 하나씩 결정되면 열정은 차례대로 식는다. 그 대가로 결과물을 얻게 되지만, 결과물이 언제나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나누는 마지막 눈인사는 그래서 짙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 <라라랜드>는 역설적이게도 지독한 현실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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