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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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의 두 얼굴

입력 2017.01.10 15:39

2일(현지시간)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정유라씨. / 길바닥저널리스트 페이스북 캡처

2일(현지시간)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정유라씨. / 길바닥저널리스트 페이스북 캡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기, 개인 페이스북에도 간략히 소회를 남기기는 했지만 정유라씨에 대해 취재를 한 건 한참 전이다. 개인 취재기록을 뒤져보니 정유라씨의 개명 전 이름 정유연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2011년 10월 13일이다.

처음 취재할 당시 정유라씨는 선화예중 3학년이었다. 지난해 말, 게이트가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면서 정씨의 ‘학창시절’에 대한 온갖 자료가 발굴되었다. 초등학교 때 EBS ‘보니하니’에 출연한 영상이나 교지에 적은 글 등도 뒤늦게 발견되었다. “돌아누우라고 했더니 뺨을 때리더라”는 단골목욕탕 세신사의 ‘8살 정유라’에 대한 증언도 나왔지만 그건 이미 ‘국민악녀’로 모녀가 등극한 뒤의 규탄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청담고에 진학한 뒤, 당시 한 승마클럽 소속으로 승마를 하던 정유라씨 행적을 추적하는 프로젝트가 공통 관심을 갖던 기자들 사이에서 진지하게 논의한 적 있다. 비선실세 의혹은 끊이지 않는데, 정윤회·최순실씨는 여전히 소문만 무성할 뿐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2012년까지 정윤회씨를 만나본 사람들은 없지 않다. 하지만 정윤회씨 얼굴 사진조차 그때까지는 2000년대 중반 국회 입법보조원 서류에 붙인 흑백 명함판 사진이 전부였다.

정유라씨의 승마를 주목한 것은 이들 부부가 ‘끔찍한 딸 사랑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정유라씨 주변을 탐문해 들어가면 비선실세의 끝자락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예상은 맞았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중순. 국회에서 기자를 만난 한 야권 인사는 자신의 휴대폰에 갈무리를 해둔 정씨의 SNS 글과 초음파 사진 등을 보여줬다. 중학교 시절부터 취재하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10대로 보기에는 너무 나이든 모습이 아니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래도 ‘10대 청소년 정유연의 생각과 흔적’을 기억하고 있는 기자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새해 벽두, 마침내 정씨는 덴마크의 은신처에서 잡혔다. 홀로 남겨진 아이 걱정에 울먹였다는 보도를 보면서 애잔한 마음이 들다가도, 다시 “땡전 한 푼도 없어 국선 변호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등의 말을 뒤엎는 소식을 보면서 어떤 얼굴이 진짜 얼굴인지 헷갈리던 과거 취재 때의 당혹감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이들 일가를 지켜봤던 한 취재원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는 서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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