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돌아온다. 경제학자들이 분석하는 경기순환의 주기는 짧게는 3~4년, 길게는 40~60년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이론을 귀담아 듣지 않더라도 경제생활을 꾸려나가는 일반 시민들 역시 체감적으로 경기가 돌고 돈다는 사실은 몸소 느끼고 있다. 문제는 침체기는 길어지고, 회복기는 영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듯한 체감이 계속 이어지는 데 있다. 한국 경제는 1997년의 외환위기에 이어 그 10년 뒤인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 이제 다시 그 10년 뒤인 2017년 새해를 맞으며 또 다른 위기가 닥쳐오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것도 회복이 더디게 느껴지는 이 체감경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표현하면, ‘경기침체’와 ‘경제위기’는 다르다. 다만 만성적인 침체로 경제위기와 구분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문제다. 경제는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기 때문에, 경기침체의 도래는 충분히 예상하고 일상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범위 안의 것이다. 침체가 끝나면 경제가 확장되는 회복국면이 뒤따른다. 그러나 경제위기는 보다 오랜 시간 동안 강력한 타격을 준다. 그래서 경제위기가 터진 뒤에는 회복이 더딜 뿐만 아니라 위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는 경우도 많다.
지금은 흐르듯이 지나가야 할 침체국면이 위기가 된 양 눌러앉은 모양새다. 시민들은 만성화된 위기에 적응해 나가기는 한다. 아이를 낳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는다. 기득권의 공고한 벽은 더욱 공고해지기만 하니, 뚫을 수 없다는 분노와 절망감은 주변의 대상을 향한 혐오로 표현되기도 한다. ‘지난 경제위기의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는 시민들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는 위기를 꽁꽁 싸매고 수그린 채로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위기마저도 일상적인 행사가 되어버린 시대일수록 양극화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추운 곳은 더 춥고 따뜻한 곳은 더 따뜻해지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무수한 중산층들이 사라졌다. 아랫목을 떠나 온기가 닿지 않는 냉골에 웅크린 저소득층은 크게 늘었다. 20년이 지났으면 이제 바꿀 때도 되었다. 절절 끓는 아랫목 온기를 윗목으로 전해줄 공사가 필요하다. 당장은 이불을 덮어 온기를 함께 나누든, 전기장판을 깔아 차가운 바닥에도 앉을 수 있게 하든 대책이 필요하다. 2017년은 위기가 닥치더라도 함께 연대해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