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개의 촛불, 노벨평화상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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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개의 촛불, 노벨평화상 후보다

입력 2017.01.03 10:59

이번 시민혁명은 인류에게 주는 큰 선물이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는 부패 공화국의 심장이 아니라 광화문 거리에서 미래 민주주의 모델을 새롭게 발견할 것이다. 광장의 촛불은 가장 거룩한 노벨평화상 후보다.

[비상식의 사회]1000만개의 촛불, 노벨평화상 후보다

1000만개의 촛불과 함께 변화하는 시대의 물결을 타고 2017년 정유년 새해를 맞았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시민혁명이 국가를 송두리째 사유화한 대통령과 일당들을 심판하려 한다.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고, 특별검사는 법망을 피해 숨은 공범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재벌, 관료, 검찰, 언론 등이 부패사슬로 얽혀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킨 이 전대미문의 부패 스캔들을 넘어 한국 사회는 구체제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로 가는 문을 열 수 있을까? 정유년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관심은 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넘어 이 국가적 난제들을 어떻게 풀 수 있을지에 모아진다.

변화 이끌어야 할 정치는 여전히 비상식적

변화를 거스르는 자가 도태되고 변화를 이끄는 자가 국가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 과정을 온전히 믿을 수 없다. 변화를 이끄는 중심이 돼야 할 정치가 여전히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이 엄청난 국가적 범죄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속시원히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1000만명이 매주 광장에서 평화적 항쟁을 이어가도 법의 뒤에 숨은 자들은 좀처럼 책임지고 사죄하지 않는다. 감옥에 가야 할 자들은 증거를 은닉하고, 사표를 내야 할 장관들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으며, 해체되어야 마땅한 새누리당은 아직도 혁신을 입에 올린다.

부패 기득권 체제는 강고하고 도덕적 자각마저 상실한 채 기계처럼 저질러온 범죄를 기계처럼 모면하려 한다. 공동체의 기운은 어둠과 부패로 가득하다. 진주의 한 고등학생이 “내 안의 박근혜는, 우리 옆의 최순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을 때 우리는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할까?

하지만 1000만개의 촛불은 대낮처럼 환하다. 비정상과 비상식과 불공정을 깨려는 시민들의 의지는 강고하다. 1987년 6월항쟁의 집단의지가 한국 사회의 30년을 지탱해 왔듯이, 2016년의 시민혁명은 미래 30년을 이끄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직 뚜렷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도 못했지만, 혁명이 시민들의 가슴에 선물한 정치적 자각의 힘은 해일처럼 거세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강한 연대감을 경험한다. 소셜미디어가 재촉한 언어들이 그들의 머리와 가슴을 지나 피켓과 슬로건으로 광장을 채운다. 미처 오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도 같다. 그 간절함은 일상적이지 않다. 촛불집회에 처음 나온 사람들이 70%를 넘는다. 아이에서부터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모든 계층, 지역, 세대를 넘어 하나의 열망을 쏟아낸다.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하고 거짓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 광장의 경험은 그 자체로 승리다.

민주주의가 존재한다는 뚜렷한 자각이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체험이다. ‘범야옹이연대’나 ‘전견련’ ‘콜드 플레이 예매 성공자 연합’ 같은 다양성의 융합이다.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이들은 공유와 참여의 가치를 경험한다. 정의로운 외침이다. 그들은 분노를 안고 모험에 나섰다. 거대한 연대는 분노가 폭력으로 바뀌지 않도록 이끌었다. 평화는 더 많은 공간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참여로 나서게 만들었다. 분노의 스트레스가 일거에 승화된 것이다. 그들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느낀 이 위대한 포월의 감정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광장에 나온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한결 고결한 곳으로 이끌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말했다. “후마니타스(인간애)는 결고 고독 속에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작품을 공중에게 보여줌으로써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인격을 ‘공적 영역으로의 모험’에 바침으로써 후마니타스를 획득할 수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주관적인’ 것이 아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인식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어떤 것을 알려야 하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따라서 후마니타스를 획득하는 데 필요한 공적 영역으로의 모험은 인류에게 제공하는 선물이 된다.”

하여 이번 시민혁명은 인류에게 주는 큰 선물이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는 광화문 거리에서 미래 민주주의 모델을 새롭게 발견할 것이다. 광장의 촛불은 가장 거룩한 노벨평화상 후보다.

정유년을 촛불이 만든 혁명의 해로 만들어야

이 촛불을 끄려는 세력이 있다. 거룩함과 정의를 거세해 구체제를 지속시키려는 자들이 반격을 노리고 있다. 그들은 수구이며 부패이고 과거이며 범죄다. 이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대결은 부패와의 대결이며 불의와의 대결이고 지독하게 버티는 과거와의 대결이다. 정치는 이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촛불을 끄려는 자들이 어떻게 거대한 변화의 해일에 휩싸일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짧게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를 거부한다면 커다란 화를 당하게 될 것이다.

당장 시작해야 한다. 광장의 요구가 무엇인지 귀담아 듣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너무 앞서가려 하지도 말고 더욱이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 광장의 개혁 요구는 무시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장밋빛 거짓말을 주억거려서도 안 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거짓말이다. 나중에도 안 하겠다고 말하는 수구세력과 같은 것이다. 국민들은 누가 지금 개혁을 하려고 하는지, 누가 지금 저 정의롭지 않은 검찰권력을 개혁하려 하는지, 누가 저 혼자만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재벌 대기업을 개혁하려 하는지, 누가 저 부패한 관료집단을 개혁하려 하는지, 누가 저 권력의 하수인이 된 언론을 개혁하려 하는지, 나아가 누가 저 기득권 양당체제의 그늘 아래서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해 온 정치집단을 개혁하려 하는지 똑똑히 바라봐야 한다.

박근혜 당선을 도운 정치인들을 버려야 한다. 박근혜 부패를 눈감은 자들을 버려야 한다. 박근혜 체제를 돕다가 흐름을 타고 반성도 없이 돌변한 기회주의 논객들을 버려야 한다. 정유년을 촛불이 만든 혁명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느린 자는 나중에 빠르게 바뀌고/ 지금의 현재는 훗날 과거가 되리라/ 체제는 급속히 쇠약해지고/ 지금 첫째가 나중에 꼴찌가 되리라/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밥 딜런의 노래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The Times They Are A-Changin’)’)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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